통상임금 산정범위 확대 문제가 올해 노사 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에서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이 지난해 12월 전원합의체판결을 통해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을 갖추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정리했지만, 각 사업장마다 기존 단체협약의 내용이 제각각인데다 노사가 각기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전략으로 맞서 분쟁의 큰 불씨가 되고 있다.

20일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통상임금 산정 문제는 임금인상률, 정년연장 등 다른 이슈를 관철하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되고 있는 측면도 많아 아직까지는 뚜렷한 흐름이 형성되지는 않고 있다”면서 “향후 실질임금과 직결돼 있고 오랜 관행을 깨는 것이어서 노사 모두에게 폭탄과 같은 갈등 요소”라고 말했다.

통상임금은 연장, 야간, 휴일근로수당 등 법정수당의 산정기준이 된다. 정기상여금과 각종 수당들이 통상임금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노사협상의 관건이다.

최근 임단협 협상을 타결한 사업장 가운데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을 포함시킨 기업은 삼성전자, LG전자, 동국제강, SK텔레콤, 풍산 등 5개사 정도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만 임금을 1.9% 인상하기로 했을 뿐, 나머지 기업들은 모두 전년 수준으로 동결했다. 통상임금 범위 확대가 사실상 임금인상인 만큼 노사가 추가적인 경영부담 해소에 합의한 것이다.

자동차 부품 회사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 노사는 지난 12일 기존 상여금 지급방식이 대법원의 통상임금 요건에 부합되는데도 성과연동형 상여금으로 전환해 제외되도록 했다. 올해 진행된 노사협상 중에선 첫 사례다. 회사 측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킬 경우에 인건비가 25% 이상 증가해 경영난이 예상됐지만, 노조의 양보로 회사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경영계는 임금 비중이 높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킬 경우, 기업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는 만큼 통상임금 산정 범위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총이 각 회원 기업들에 전달한 ‘경영계 임금조정 및 협상 대응 지침’을 통해 “임금 총액을 기준으로 임금 인상률을 조정하거나 급여지급 방식을 개편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정기상여금은 물론 정기·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수당과 복리후생비도 통상임금의 범위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2월 각 노조들은 한국노총과 민노총의 지침에 따라 회사측에 법정수당 재산정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오승훈 기자 osh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