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단협 협상이 본격화되면서 정년연장과 맞물린 임금피크제 도입 문제가 노사 간의 큰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20일 경제계에 따르면 사 측은 “정년은 60세로 연장하면서 현행 연공급 임금체계를 그대로 가져갈 경우 기업 부담이 너무 크다”며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9일 ‘임금·단체협약 대응 방안 가이드’를 발표하면서 “2016년 시행되는 정년 60세 의무화를 대비해서는 임금을 줄이는 대신 고용을 보장하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노 측은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면 퇴직금이 대거 줄어드는 등 실질적인 임금 감소 효과를 낳을 뿐”이라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현장에선 속속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현대건설은 노사 임단협을 통해 내년부터 직원 정년을 현행 만 58세에서 만 60세까지로 연장하고, 전년 연봉 기준으로 임금을 10%씩 감액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건설업계에서 정년 연장에 합의한 것은 현대건설이 최초로, 현대·기아차그룹 계열사 가운데서도 처음이다.

앞서 지난 5월 SK텔레콤은 올해부터 정년을 만 58세에서 만 60세로 연장하고, 10%씩 감액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KT도 정년 60세 연장을 실시하며 내년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재계의 맏형격인 삼성전자와 삼성증권, 한국타이어가 올해 초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도입을 결정했다.

반면 여전히 임금피크제 도입에 완강하게 반대하는 곳도 상당하다. 민노총 등 상급노조의 영향력이 강하고 사업장 규모가 큰 노조일수록 임금피크제에 반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재 임단협을 진행중인 현대차 노사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최근 대한상의가 30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2.6%의 기업이 ‘정년 60세 의무화로 인한 인건비 부담 완화를 위해 임금피크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김세동 기자 sdg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