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문창극 국무총리 지명자를 위한 보호막을 걷어낸 이후 고립무원에 빠진 문 지명자가 스스로 적극 방어에 나선 가운데 새누리당은 여전히 문 지명자에 대해 싸늘한 시선을 유지하고 있다. ‘자진사퇴’가 바람직하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우회적인 메시지가 전달된 상황에서 문 지명자가 적극 해명하는 것 자체가 통치권자에 대한 ‘반격’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일단 새누리당 지도부는 박 대통령이 귀국하는 21일 밤까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문 지명자의 자진 사퇴를 주장하고 나선 친박(친박근혜)계 주류 진영은 문 지명자의 버티기에 크게 당혹하며 압박 수위를 올리는 모양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0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문 지명자의 인사청문회 임명동의안에 대해서 명확한 입장을 밝힌 만큼 박 대통령이 귀국할 때까지 정중동의 무거운 자세로 문 지명자에 대한 언급을 자제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실제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주요 당직자 회의에선 어느 누구도 문 지명자의 이름을 꺼내지 않았다. 그동안 문 지명자를 적극 방어했던 윤상현 사무총장도 문 지명자가 아닌, 이병기 국가정보원장 지명자를 엄호하고 나섰을 뿐이다.

친박계 맏형으로 불리는 서청원 의원은 이날도 PBC라디오에 출연해 “누가 (문 지명자를) 친일(파)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문 지명자는 자신이) 국민이 원하는 총리가 아니라는 것은 알아야 한다”고 자진 사퇴 압박을 이어갔다. 서 의원 측의 한 관계자는 “서 의원은 문 지명자가 억울해하는 점, 그가 친일파가 아니라는 점은 이해하지만 백성이 원하지 않는 재상은 의미가 없으니 그만 고집부리고 떠나달라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한 친박계 중진 의원도 “문 지명자가 이렇게 고집부리면 결국 박 대통령이 나서서 총리 지명을 철회하는 방법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지명철회는 인사 검증이 실패했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고, 인사위원장이었던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책임론을 피해갈 수 없으니 문 지명자가 스스로 정리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