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국무총리 지명자가 청와대 및 여당을 포함한 전방위적인 사퇴 압박에 ‘적극 해명’으로 맞섬에 따라 임명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이 불가피하게 지명철회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에 갈수록 힘이 실리고 있다. 청와대는 문 지명자의 이 같은 적극 해명을 박 대통령에 대한 반발과 반격으로 보고 있다.

20일로 정홍원 총리가 사의를 표명(4월 27일)한 지 55일째를 맞는 등 국정 공백이 더 방치할 수 없을 만큼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여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토요일인 21일 늦은 오후 중앙아시아 순방에서 돌아온 뒤 다음주 초에는 지명철회를 단행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문 지명자의 거취와 관련해 “대통령의 지명철회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를 비롯한 여권 핵심부에서는 “문 지명자의 ‘사퇴 불가’ 입장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더 이상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미 국정 공백이 길어진 데다 문 지명자의 거취가 어정쩡한 상태가 지속되면 여론만 더 악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청와대 관계자들은 문 지명자의 거취와 관련한 언급을 극도로 자제하면서도 그를 둘러싼 언론 보도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여론 추이를 살피는 모습이다.

박 대통령은 21일 오후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아시아 3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뒤 문 지명자 인사청문요청서 재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참모들로부터 지속적으로 관련 보고는 받아 온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이 어쩔 수 없이 문 지명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하는 수순으로 내몰리는 양상이지만, 헌정사상 대통령이 총리 지명을 철회한 사례가 단 한 차례도 없었다는 점은 박 대통령에게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공직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한 사례는 노무현정부 때인 지난 2006년 전효숙 당시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유일하다.

아스타나 = 오남석 기자

greentea@, 민병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