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조주목 씨가 경북 영천시 금호읍 자택에서 찍개라는 타제석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모은 돌멩이가 구석기시대 타제석기(打製石器)로 판명됐네요. 구석기문화 연구의 귀중한 자료가 되도록 관련 박물관에 기증할 생각입니다.”

지난 16일 오후 경북 영천시 금호읍 관정리 조주목(73) 씨 집을 찾았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당 곳곳에 크고 작은 돌들이 곳곳에 진열돼 있었다. 방과 거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이 돌은 30여 년 전부터 마을 앞을 흐르는 금호강과 신월·황정·봉정·관정리 일대 논과 밭 등에서 거의 매일 모은 것”이라고 말했다.

어림짐작으로 2만 점은 돼 보였다. 그는 “금호강변을 거닐다가 구석기시대 석기와 비슷한 돌멩이가 있어서 학창시절 배운 지식과 관련 서적을 토대로 수집했다”며 “외날 찍개, 양날 찍개, 작은 도끼, 긁개, 등칼, 송곳, 창살 등 다양하다”고 밝혔다.

그런데 그가 수집한 돌멩이 중 일부는 실제로 귀중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확인됐다. 조 씨가 석기를 모은다는 소문을 들은 최무장(사학) 건국대 명예교수가 지난 4월 말 조 씨 집에서 28점을 가져가서 분석, 전기∼후기 구석기시대의 것이라고 판명한 것이다. 최 교수는 이 중 외날 찍개(3점), 양날 찍개(2점), 주먹 도끼(3점) 등은 금호강의 자갈석기로 전기 구석기시대의 것으로 분석했다. 또 작은 도끼(1점), 긁개(2점), 등칼(2점), 송곳(2점) 등은 중기 구석기시대 석편(石片)석기로, 창살(5점)은 후기 구석기시대 것으로 판정했다.

특히 최 교수는 불에 그을려 있는 석영암제(1점)는 후기 구석기시대 타제석기를 만드는 데 사용한 것으로 우리나라 최초로 경기 임진강변과 한탄강변에서 발견된 것과 동일한 것이라고 밝혔다. 최 교수는 “분석한 28점은 전기∼후기 구석기시대를 대표하는 유물로 추정된다”며 “금호강 일대에는 적어도 20만∼30만 년 전부터 기원전 1만 년 전까지 사람들이 생활한 흔적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원예업을 하는 조 씨는 “한낱 돌멩이로 치부돼 온 돌이 귀중한 유물로 판정받아 기쁘다”며 “마을 앞 금호강 등에 대한 전문적인 학술조사가 필요하며 나머지 돌도 타제석기로 판명나면 박물관 등에 기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천=글·사진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