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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3월 취임한 장제국(50) 동서대 총장은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대학 총장들과는 다른 캐릭터의 소유자다. 그는 여느 일반 대학의 총장 이미지와 달리 ‘달빛 길어올리기’ 등 한국 영화와 일본 TV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 경력을 가지고 있다. 달빛 길어올리기에서는 한지(韓紙)를 지키기 위해 복원사업을 추진하는 전북 전주시청의 ‘한지국장’ 역할을 맡았다.

또 지난해 하반기에 방송된 일본 TV 드라마에서는 일제시대 부산 초량시장에서 시작된 ‘멘다이코(명란젓)’를 일본으로 가져가 상품화에 성공한 뒤 부산의 추억을 더듬기 위해 찾아온 일본인 부부에게 부산을 소개하는 관광공사 직원으로 출연했다.

그는 “대학 총장이라는 직분을 가진 사람으로서 상업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하는 일이 적절한가를 놓고 내심 적지 않은 고민을 했다”며 “결론은 교육자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는 등 ‘기본적인 전제를 지키는 한 못할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며 출연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학 총장이라고 고고하게 군림하고 처세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대학 발전에 앞장서야 할 학교 경영자 입장에서 학교의 이미지와 품위를 손상시키지 않는 적극적인 홍보는 필요하며 앞으로도 대학경영자로서 품위를 떨어뜨리지 않는 한 동서대의 홍보와 PR에 적극 나설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그의 독특한 경력과 유연한 사고는 다양한 국제 경험을 통해 쌓여진 것으로 보인다. 그는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정치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한 데 이어 미국 시러큐스대 로스쿨을 졸업하는가 하면 일본에서 2년 동안 이토추(伊藤忠)상사 정치경제연구소 연구원을 지내고 게이오(慶應)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장 총장은 교수와 교직원, 학생들과의 소통도 크게 강조하고 있다. “법률계, 경영계, 학계에서 경험을 쌓으면서 소통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는 그는 “특히 조직경영에 있어서 소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페이스북의 친구 5000여 명 가운데 상당수가 학생이다.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교직원들과는 매월 한 차례씩 ‘BBLG(Brown Bag Lunch Gathering)’라는 점심 모임을 하면서 신변잡기부터 주요 학교 사안까지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고 있다.

특히 학생들과는 2, 3주에 한 번씩 ‘페친’들을 학교식당으로 초대해 곰탕에 깍두기를 겸한 아침모임을 한다. 이 자리에서 학생들은 학교생활의 불만사항에서부터 개인적인 고민 등 다양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누고 있다. 화장실 휴지걸이 확대 설치 등은 모두 학생들과의 조찬 모임을 통해 얻은 아이디어다.

한강우 기자 hanga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