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들이 앞다퉈 거액의 개발비를 들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제작에 나서고 있지만 공개된 앱의 절반 이상이 다운로드 건수가 1만 건에도 못 미치는 등 활용도가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바른사회시민회의가 54개 공공기관이 공개한 모바일 앱과 앱마켓 정보 등을 기반으로 조사한 결과 정부부처 등 공공기관들이 310개의 앱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순수 개발비만 267억3769만 원을 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서비스를 제외한 앱 개당 평균 개발비는 3개의 앱 개발에 7억2700만 원을 들인 법원행정처가 개당 2억4233만 원으로 가장 높았고, 문화재청(1억7564만 원), 국토교통부(1억2684만 원), 미래창조과학부(1억2037만 원), 안전행정부(1억1322만 원) 등도 평균 개발비가 1억 원을 넘었다.

막대한 개발비가 무색하게 앱의 활용도를 대변하는 다운로드 실적은 저조했다. 지난해 기준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국민은 3269만 명에 달했지만 공공기관 앱 가운데 10만 건 이상 다운로드된 앱은 단 7개에 불과했다. 조사된 전체 공공기관 앱 가운데 절반이 넘는 175개(56.5%)가 다운로드 횟수 1만 건에 못 미쳤고, 다운로드 횟수 100회 미만인 앱도 5개나 됐다.

예산을 들여 앱을 제작했지만 사후 관리가 부실한 앱도 부지기수였다. 전체 공공기관 앱 가운데 42.2%에 달하는 128개 앱이 1년 이상 업데이트가 이뤄지지 않았고 대검찰청과 경찰청, 관세청, 방위사업청, 국회예산정책처, 산업통상자원부, 통일부 등 12개 기관이 배포한 앱은 모두 연간 2회 미만의 업데이트 실적을 기록했다.

일반 정보 제공을 위한 앱 제작으로 예산 낭비가 의심되는 사례도 있었다. 문화재청이 개발비 10억 원을 들인 ‘내손안의 덕수궁’ 앱 등은 단순한 궁궐 관람 정보 안내에 그쳤다. 바른사회 관계자는 “앱 몇 개를 더 만들고 배포하는 것보다 공공정보를 적극 개방해 국민들이 공공서비스를 더 효율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