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위염에 좋은 채소로 알려진 양배추가 갑상선기능항진증 같은 자가면역질환에도 유익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양배추는 위염에 좋은 채소로 유명하다. 그래서 민간에서는 위염이 있는 환자에게 양배추즙을 먹였고, 얼마 전에는 국내 한 식품회사에서 위장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해 ‘양배추환’을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양배추가 위염 등 위장질환에 좋은 것은 비타민U와 비타민K 등 체내 염증을 치료해 주는 성분들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양배추가 지닌 또 한 가지 중요한 효능은 면역기능 정상화다. 양배추는 면역기능이 잘못 작동하고 있는 상태, 즉 체내 면역세포가 자신의 장기를 외부 침입자로 알고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 개선에 중요한 작용을 하는 항산화 성분을 많이 지니고 있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이 나타나는 원인 역시 대부분 자가면역질환인 그레이브스병에 의한 것이다. 그레이브스병은 쉽게 말해 면역을 담당하고 있는 림프구가 자신의 갑상선을 ‘이물질’로 착각해 문제를 유발하는 것이다. 따라서 면역기능의 오작동을 바로잡아줄 필요가 있다.

많은 연구자들은 인체 신진대사과정의 노폐물인 활성산소가 모든 자가면역질환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류머티즘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 환자들의 경우 항산화물질의 체내 수치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배추를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인 갑상선기능항진증에 좋은 음식으로 추천하는 것도 항산화물질인 비타민C와 각종 폴리페놀 성분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양배추는 비타민C의 경우 100g당 36㎎을 함유하고 있다. 이는 감귤의 비타민C 함량(44㎎)에 육박하는 수치다. 그만큼 항산화물질 함유량이 높다는 얘기다. 비타민C는 면역체계를 강화해줄 뿐 아니라 신체를 활성산소로부터 보호하여 동맥경화 등 각종 성인병을 예방해 준다.

이와 함께 양배추와 같은 십자화과(十字花科) 식물에 풍부한 고이트로젠(Goitrogen)은 갑상선기능항진증 개선에 보다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십자화과란 이름은 네 개의 꽃잎이 십자 형태를 보여준다고 해 붙여졌다. 양배추 외에도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케일 등이 대표적인 십자화과 식물이다.

갑상선질환 전문인 ‘행복찾기한의원’의 차용석 원장은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치료하려면 갑상선 기능을 억제해줄 필요가 있다. 그런데 양배추의 고이트로젠 성분은 갑상선의 기능을 억제해 호르몬 분비량을 줄여 준다. 고이트로젠은 요오드의 작용을 막는 이소티오시아네이트가 주성분이며 요오드가 바로 갑상선호르몬의 재료”라고 설명했다. 고이트로젠이 다량 함유된 식품은 섭취 방법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양배추에 들어 있는 고이트로젠은 삶거나 데치면 파괴되므로 갑상선기능항진증 환자의 경우 날로 먹는 것이 좋다. 반면 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는 삶거나 데쳐 먹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편 일각에서는 고이트로젠은 요오드의 체내 수치에 따라 호르몬 억제 효능에 차이를 보이며 이는 차후 연구를 통해 풀어 나가야 할 과제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또 고이트로젠이 포함된 식품을 장기간 섭취할 경우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갑상선기능항진증 같은 자가면역질환 외에도 양배추는 다방면에서 그 효능을 인정받고 있는 ‘슈퍼푸드’다. 양배추는 비타민C는 물론 칼륨, 철, 칼슘 등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특히 양배추에서 주목할 만한 성분은 대사 과정에서 생기는 황화합물인 설포라판이다. 설포라판은 체내 해독에 필요한 항산화 효소 생산을 늘려 준다. 때문에 자가면역질환 개선에도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 설포라판은 최근 항암 효능으로도 눈길을 끌고 있다. 발암물질의 활성화를 억제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 양배추는 열량이 19㎉로 낮으며 식이섬유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따라서 다이어트에 유익하고, 고혈압 등 각종 성인병 예방에도 좋은 식품으로 꼽힌다. 양배추의 노란색을 만들어 내는 카로티노이드 성분은 몸속에서 항산화 성분인 비타민A로 재합성돼 피부는 물론 점막 상피세포 보호에도 한몫한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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