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새누리당 사회적경제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지난 2월 12일 국회정론관에서 사회적경제의 통합적 생태계 구축을 위한 ‘사회적경제 기본법’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회 제공

지난 1일 새누리당 의원 67명은 사회적경제에 대한 통합정책을 담은 ‘사회적경제 기본법’을 발의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법안을 준비 중이다. 양당이 법안 제정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면서 올해 안에는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전망이다. 하지만 기본법 제정에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법을 만드는 게 능사가 아니라 현장의 고민을 듣고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에 문화일보는 5회에 걸쳐 사회적경제 기본법의 필요성을 점검하고,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과 바람직한 방향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

서로 다른 나무들이 따로 있을 때는 나무 한 그루에 지나지 않지만 숲으로 엮어 주면 비옥한 생태계가 조성된다. 사회적경제 기본법의 필요성을 설명할 때 흔히 등장하는 비유다. 정치권은 대체로 기본법 마련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사회적경제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승민 의원은 법안을 제안하면서 “사회적경제 조직으로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농어촌공동체회사 등이 다양하게 출현하고 있지만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자생력을 갖고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사회적경제 조직의 정의=사회적경제는 일반적으로 사회 구성원 또는 공공에 대한 공헌을 목적으로 하는 경제활동을 의미한다. 생산의 최종 목적이 이윤 창출이 아니라 호혜와 나눔이다. 이 같은 사회적경제를 표방하는 기업의 형태는 다양하다. 새누리당 법안은 사회적경제 조직을 18개 형태로 분류하고 있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자활기업, 마을기업, 농협, 수협, 신협, 중소기업협동조합, 직업재활시설, 사회복지법인 등과 사회적경제를 실현하거나 사회적경제 조직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법인 또는 단체다. 이들 조직은 그동안 제각기 다른 법률로 규정되고 다른 부처의 인증과 지원을 받아 왔지만 이번에 제정될 기본법을 통해 관리와 지원이 일원화된다.

◆제도적 안정의 중요성=사회적경제 조직이 기본법에서 정한 범주에 들어가면 기업활동을 제도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은 “제도가 중요하지 않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며 “사회적경제 조직은 이윤 창출을 최고 가치로 삼는 영리기업과는 분명 다른 가치를 추구하고 있지만 역시 비즈니스이고, 인허가와 금융 조달 등을 위해서는 반드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부분 사회적기업은 영세한 규모에 더해 법적인 정체성이 확립돼 있지 않은 탓에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다. 금융기관이 기업에 대한 대출을 심사할 때는 사업성과 부채 상환 가능성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사회적경제 조직은 설립 목적이나 이윤 창출, 이익금 분배 방식이 일반 기업과는 다르다. 게다가 자활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 명칭과 법적 근거가 제각각이어서 정체성 파악도 어렵고, 사업성 평가는 더욱 어렵다.

사회적경제 관계자들에 따르면 영리기업이 1억 원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면 사회적경제 조직은 절반 정도만 대출을 받을 수 있고, 그마저도 거절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하소연한다.

◆정체성 확립에 따른 연대 강화=여러 형태의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사회적경제 조직이라는 동일한 개념으로 묶이면 연대를 강화해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게 된다. 일반적으로 자본주의 체제에서 영리기업들은 경쟁 관계에 있다. 하지만 사회적경제 조직은 연대와 협동이 서로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원동력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사회적경제 조직으로 평가받는 스페인의 몬드라곤은 하나의 기업이 아니라 110개에 달하는 협동조합으로 이뤄진 협동조합 복합체다.

설립 초기 몬드라곤은 가전제품을 만드는 하나의 협동조합으로 시작했다. 이후 교육·연구·개발 등을 담당하는 각 분야의 협동조합이 몬드라곤에 가입하면서 성장했다. 다수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내부거래를 통해 이윤을 확대하는 문어발식 경영과 흡사하다. 하지만 협동조합은 근로자 개개인이 곧 오너이고, 기업의 이윤을 균등하게 배분해 갖는다는 점에서 대기업과는 성격이 다르다. 현재의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 조직들은 서로 다른 부처에서 인증·지원을 받고 있어 정부 지원을 둘러싼 경쟁의식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제정될 기본법이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연대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의 첫걸음이 시작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