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로 판명난 상왕십리역 지하철 사고 후속대책으로 서울시와 서울메트로가 국비 지원을 요구할 상황이 아닙니다. 방만경영과 영업적자 해소를 위한 자구노력 방안부터 우선적으로 내놔야 합니다.”

조동근(경제학) 명지대 교수는 21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열린 ‘서울시 지하철, 안전대책 이대로 괜찮은가’ 긴급 토론회에서 “지난 2일 상왕십리역 지하철 사고는 신호기기 작동 오류에 더해 종합관제실과 기관사의 안이한 대처로 인해 발생한 전형적인 ‘인재’”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서울시와 서울메트로가 노후 전동 차량을 모두 교체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서울지하철 운영시스템 10대 개선방안’을 발표한 것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최근 3년간 6400억 원의 적자를 낸 회사에서 200억 원의 성과급을 지급한 ‘도덕적 해이’를 하루 빨리 해소하고, 낙하산 인사가 감사나 사외이사로 오는 것부터 막는 등 경영 정상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또 이번 사고의 한 원인으로 ‘관피아(관료+마피아)’를 지목했다. 그는 “추돌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된 신호기 관리업체 대표가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철도신호기술협회의 감사이고, 이 협회의 협회장도 철도청 출신이다”면서 “일각에서 신호기에 대해 외주를 준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하는데, 외주를 준 게 문제가 아니라 외주를 잘 못 준 게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무사안일과 책임자 실수로 인한 사고를 두고, ‘자본의 탐욕’으로 몰아가는 세력들이 있다”며 “이는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선동으로, 인재로 인한 사고임을 인정하고 경영 효율화를 하는 방향으로 재발방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연강흠(경영학) 연세대 교수는 서울메트로의 재무건전성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경영평가와 성과급 지급 기준에 재무상태를 연계하는 종합적 분석모형을 도입하고, 영업손실 악화나 부채규모 증대 시 성과급 지급을 중단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재광(경찰행정법학) 선문대 교수는 “각종 재난·재해 관련 법제를 일괄 정비하고, 특히 유사·중복 법령과 규정은 통폐합하며, 새로운 재난·재해에 대비해 새로운 법령과 규정을 만드는 등 법제의 일괄 정비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