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급 문화재인 ‘훈민정음 해례본(訓民正音 解例本) 상주본’절도 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결 기일이 확정되면서 상주본의 운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상주본은 고미술 수집상 배모(51) 씨가 수년째 숨겨두고 있다. 그는 이로 인해 재판에 넘겨져 1심 유죄, 2심 무죄를 선고받았으며 “무죄가 최종 확정되면 국가에 기증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이에 따라 대법원 확정 판결에 따라 상주본의 공개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오는 29일 배 씨의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 선고를 한다고 21일 밝혔다. 앞서 배 씨는 지난 2011년 9월 이 혐의로 구속 기소돼 대구지법 상주지원 재판에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으나 2012년 9월 대구고법 항소심에서는 무죄로 풀려났다. 이후 검찰은 상고했으며 배 씨의 절도여부는 2년 9개월 만에 최종 결론이 나게 됐다.

배 씨는 그 동안의 재판에서 “자신의 무죄가 입증되면 상주본을 공익을 위해 전문기관에 위탁 관리시켜 연구하도록 한 뒤 차후 국가에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나면 배 씨는 상주본을 세상에 공개할 가능성이 크다. 항소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하면서 “배 씨에게 역사와 민족, 인류를 위해 상주본을 하루 빨리 내놓을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배 씨의 죄가 인정되면 상주본은 빛을 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배 씨는 “무죄가 뒤집힐 가능성도 있지만 훔친 게 아니라는 것을 대법원에서 반드시 확정짓고 국가 기증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해 유죄를 받으면 스스로 내놓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상주본은 배 씨가 2008년 집 수리를 위해 짐을 정리하던 중 발견했다며 공개했다. 하지만 상주시내 골동품업자 조모(67·사망) 씨는 배 씨가 자신의 가게에서 다른 고서적을 사면서 상주본을 몰래 가져갔다고 주장하면서 소유권 다툼이 시작됐다. 이후 민사소송 끝에 대법원은 2011년 6월 배 씨가 상주본을 조 씨의 가게에서 훔쳤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배 씨는 숨겨둔 채 돌려주지 않고 민사 집행도 거부해 결국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았다.

이와 관련, 문화재청 관계자는 “배 씨는 이번 형사소송 결과, 무죄가 확정되면 패소한 민사소송에 대한 재심을 신청해 상주본의 소유권을 되찾은 뒤 국가에 기증할 것으로 보인다”며 “유죄로 결론나면 상주본의 압수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세종 28년(1446년) 훈민정음 반포와 함께 출간된 한문 해설서로 현재 남아있는 것은 1940년 경북 안동에서 발견된 뒤 서울 간송미술관에 소장된 간송본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간송본은 1962년 국보 제70호로 지정됐고, 1997년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상주본은 간송본과 동일한 판본으로 판명됐고 경북 상주에서 발견돼 상주본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상주 =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