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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 달며 독이 없다. 토혈을 멎게 하면서 어혈을 푼다.’ 동의보감에 기록돼 있는 연근의 효능이다. 연근은 한방에서 오래전부터 청혈해독 약재로 귀하게 여겨져왔다. 특히 민간에서는 피를 멈추게 하는 지혈과 관련해 연근의 효능을 높이 평가했는데 집안에 코피를 자주 흘리는 아이가 있으면 연근을 갈아서 즙으로 먹였다.

연근의 이 같은 효능은 현대에 들어와 각종 연구와 실험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 알코올성 위염에 연근을 추천하는 것도 그 같은 연구 결과에 기인한 것이다.

연근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항염, 항산화 성분이 뛰어난 비타민C다. 연근은 100g당 비타민C를 57㎎ 함유하고 있다. 이는 당근(8㎎), 무(16㎎) 등 다른 뿌리채소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레몬의 비타민C 함량(70㎎)과 큰 차이가 없다. 비타민C는 위염 등 각종 염증을 예방해주고, 간 해독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또 피부의 탄력을 유지시키는 콜라겐 합성에도 필요한 성분이다.

그러나 연근의 성분 중 위염에 직접적으로 효능이 있는 것은 점성이 강한 일종의 당단백질인 뮤신이다. 뮤신은 연근을 얇게 자르면 만들어지는, 가는 실처럼 끈끈하게 엉겨있는 물질로 단백질의 소화를 촉진시켜 줄 뿐만 아니라 위벽도 보호해준다.

역설적이지만 회충 등 기생충이 강력한 소화분비액인 위산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는 것도 몸 주변에 뮤신을 분비해 보호하기 때문이다. 우리 몸속의 위를 둘러싸고 있는 조직들이 위산에 의해 분해되지 않는 이유도 위 점막에서 생성되는 뮤신 덕분이다.

뮤신은 위벽을 보호해 과음을 자주 하는 남성들에게도 좋은 성분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체내에 섭취된 당질에 달라붙어 당이 분해되는 속도를 억제하는 작용을 해 혈당 조절에도 좋다.

비타민C와 뮤신 성분 외에도 연근에서 항염증 효능을 보이는 성분은 많다. 연근에는 지혈효과와 해독작용이 탁월한 타닌 성분이 다량 포함되어 있다. 타닌은 치질이나 궤양 등으로 인해 생기는 출혈을 억제하는 데 유용하다. 민간에서 코피가 자주 나는 아이에게 연근을 먹이는 것도 연근의 타닌 성분 때문이다. 타닌은 위염, 위궤양 등 각종 소화기 염증에도 좋은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효능 때문에 전에는 이질, 급성설사에도 연근 또는 연근의 마디를 끓여서 마시게 했다.

또 연근에는 식물로는 특이하게 구리 성분이 비교적 많이 들어있다. 구리는 인체에 미량 필요한 에너지이지만 부족할 경우 위장이나 신경에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구리는 철과 함께 보조효소로 작용한다. 그러나 과하면 활성산소를 만들어낼 수 있다. 따라서 지나친 다량 섭취는 삼가야 한다.

또 연근에는 에너지대사에 관여하는 비타민B 함량도 높다. 특히 상처가 아무는 데 도움을 주고 상처조직 부위를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판토텐산(비타민B5)의 함량이 높은 것이 눈길을 끈다.

이와 함께 연근의 풍부한 칼륨은 나트륨 배출을 도와 혈압을 조절해주고, 물에 녹지 않는 연근의 불용성 식이섬유는 장벽을 자극해 변비를 해소해준다. 고혈압·당뇨병·동맥경화 같은 성인병이 있는 사람들에게 연근을 권하는 것도 칼륨과 식이섬유를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연근은 최근들어 각광받고 있다.

연근은 보통 껍질을 벗겨 구이, 부침, 무침 등으로 먹는다. 구입할 때 겉으로 봐서 흙이 적당히 묻어있고, 모양이 길고 굵은 것이 좋으며 잘랐을 때는 속이 희고 부드러운 것을 골라야 한다. 껍질을 벗겨서 파는 연근은 표백제나 약품 처리한 것이 많으므로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종종 같은 뿌리채소로 연근과 우엉을 혼동하는데 우엉은 속이 비어있지 않으며 연근보다 가늘다.

연근은 항산화 효능이 뒤어난 폴리페놀 성분 때문에 변색하기 쉬우므로 썰자마자 식초 물에 담가 냉장 보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손질할 때는 쓴맛이 강하므로 데쳐서 찬물에 우려낸 다음에 조리하는 것이 좋다.＜도움말 = 윤승일(한의기능영양학회장) 빙빙한의원 원장·안준철 동양한의원 원장＞

이경택 기자, 사진 =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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