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 대해 당초 대통령에게 요구한 특별법 제정 등의 내용이 포함돼 대체로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언급한 사안들이 실제 지켜질지, 얼마나 빨리 실현될지 등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는 가족들도 다수 있었다. 또 국가안전처 신설 등 행정조직 개편도 좋지만, 대통령의 사람이 아닌, 전문성 있는 사람이 조직 수장으로 가야 제대로 된 개혁이 이뤄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세월호 희생자 가운데 안산 단원고 학생 학부모 김모 씨는 19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민간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 설치, 특별법 제정 등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대통령에게 요구한 사안들이 대통령 담화에 대부분 반영된 것 같다”며 “대통령의 사과도 대체로 진정성이 있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날 대통령이 말씀하신 것들이 실제 실현이 될지, 얼마나 빨리 실현이 될지는 또 다른 이야기”라며 “희생자 가족들은 정부가 발표한 대책들의 실현 여부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양경찰청을 해체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책임자 엄벌 의지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는 반응이 많았다.

단원고 희생자 가족 김모(28) 씨는 “해경을 해체하기로 한 것은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씨는 “해경 해체도 좋지만,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와 해양수산부 관피아들 간의 유착관계 등 다른 진상 규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대체로 대통령이 공식 사과한 것은 잘한 일이지만, 대통령이 발표한 대책들이 제대로 실현될지는 의문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본질은 제도 개선이 아니라, 사람을 교체하는 일”이라며 “향후 신설되는 조직에 또 대통령 사람을 앉히거나, 전문성이 없는 사람을 기용한다면 오늘 발표한 대책들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인 희생자 가족 일부에서는 대통령 담화가 단원고 학생 희생자에게 지나치게 치우친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한 실종자 가족은 “오늘 담화 중 일반인 희생자에 대해 대통령이 특별히 언급한 게 없었다”며 “앞으로 일반인 희생자 처우 등에 대해 좀 더 신경을 써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담화에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다. 박성식 민노총 대변인은 “대통령이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지 않는 등 대통령 담화 후 국민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곧바로 해외 순방을 나서는 것을 보니, 여전히 소통 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대통령의 사과가 책임있게 다가오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손기은·김다영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