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10시 소환통보를 받은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은 경기 안성시 금수원에 머물면서, 검찰 출석 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곧바로 체포영장을 청구하고, 영장이 발부되면 금수원에서 영장 집행을 시도할 방침이다.

유 전 회장 일가 비리를 수사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유 전 회장에게 16일 1차 출석을 통보했지만 사실상 ‘최후통첩’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공식적으로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은 유 전 회장에게 여러 경로를 통해 소환에 응해줄 것을 요구했고, 소환통보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유 전 회장 측이 정식 소환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발뺌하는 상황에도 대비했다. 사건 초기 성실하게 검찰 조사를 받겠다고 의사를 밝혔던 유 전 회장은 소환 날짜가 통보되자 출석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채 측근들과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16일 오전 소환에 응하지 않을 경우 곧바로 강제구인 절차에 착수할 방침이다. 유 전 회장 일가가 검찰 수사를 회피하며 도피 행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소환통보는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검찰 관계자는 “유 전 회장이 금수원을 떠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소환에 불응할 경우에는 상황에 맞게 정당한 법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금수원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신도들이 방해할 경우, 경찰을 동원해 관련자들을 공무집행방해 현행범으로 연행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유 전 회장 일가의 횡령·배임, 조세포탈 등 재산범죄 행각이 드러남에 따라 일가 재산에 대한 몰수 및 추징보전 등 재산동결 절차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법상 관계자 조사 등을 통해 확인한 범죄 수익은 몰수 및 추징보전 처분이 가능하다. 하지만 횡령·배임의 피해자가 유 전 회장 일가의 계열사라는 점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배상금으로 직접 쓸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천 =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