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경찰 특공대 역할을 하는 항공구조사들이 기울어가는 세월호 선체에 50여 분간이나 들어가 구조활동을 했으나 승객 대피를 유도하기 위한 노력은 거의 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공대가 선체에 도착하고도 선내로 진입하지 못했다는 것이어서 해경 특공대의 역할을 둘러싼 논란을 빚고 있다.

12일 해경 등에 따르면 세월호 침몰 사고 당일 사고 해역에 가장 먼저 도착한 구조장비는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소속 헬기 B511호기로 오전 9시 30분쯤이었다. 그날 해경이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B511호기에 탄 잠수복 차림의 항공구조사 2명은 줄을 타고 세월호 선체에 내려간 뒤 승객들을 구조용 바구니에 태워 올려보내는 모습이 눈에 띈다. 항공구조사들의 왼쪽 허벅지에는 ‘특공대’라는 글자가 선명히 박혀 있다. 이는 항공구조사들이 특공대 역할을 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실제로 해경 관계자는 “항공구조사들은 특공대와 유사한 임무를 띠고 활동하며 역량도 특공대원과 비슷하다”며 “특공대에 소속돼 활동하다가 지난 2월 항공구조사로 전과한 이들이 4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출동한 B512호기, B513호기도 항공구조사들을 세월호 선체로 들여보내 승객들의 구조활동을 펼쳤다. 지난 4월 18일 작성된 해경 상황일지에는 헬기 3대가 오전 10시 22분까지 구조한 승객이 31명으로 집계돼 있다. 헬기가 사고해역에 처음 도착한 오전 9시 30분부터 10시 22분까지 50분이 넘는 시간대에 항공구조사들이 선체에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좀더 선체 깊숙이 들어가 승객들이 배 밖으로 빠져나오도록 유도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특공대원 역할을 하는 항공구조사들이 그런 일을 못한다면 누가 하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승객 대피를 적극적으로 유도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서해해경청 항공단 관계자는 사실상 답변을 거부했다.

목포 = 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