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범정부 사고대책본부의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 점검 내부 보고서를 보면 민간잠수부 이광욱(53) 씨 희생은 ‘예견된 사고’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색 구조 작업 현장 관리 책임이 있는 해양경찰은 현장 통제를 전혀 하지 못했고, 잠수부들은 1일 4, 5회에 걸쳐 목숨을 걸고 무리하게 잠수를 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밝혀졌다.

◆허술한 민간잠수부 안전 관리= 7일 바지선 현장 점검을 실시한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현장 지휘통제가 이뤄지지 못한 상황으로 판단된다”고 현장 상황을 진단했다. 심지어 점검단은 “잠수부 신원, 잠수 횟수 등 기본적인 사항에 대해서도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민간잠수부는 해경이나 해군의 안전 통제나 안전 장비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스스로의 경험에 의존해 목숨을 건 잠수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민간잠수부들은 1일 최대 4, 5회에 걸쳐 잠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경은 공식적으로 “1일 2회 민간잠수부들이 잠수를 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현실은 다른 셈이다.

◆해경·해군에 비해 열악한 민간잠수부 잠수 장비= 민간잠수부 이 씨가 숨진 사고 역시 제대로 현장관리가 이뤄졌다면 피할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경 및 민간잠수부들에 따르면 숨진 이 씨는 보조 산소통을 메지 않고 입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조 산소통은 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산소를 공급해주는 장비인데, 해경의 지원 등이 없는 까닭에 민간잠수부 다수가 현재 보조 산소통 없이 입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이 씨는 해군 및 해경이 쓰는 여러 개의 산소공급 호스가 꼬인 형태의 두꺼운 호스 대신, 얇은 일반 호스를 이용해 잠수를 했다.

한 민간잠수부는 “이 씨가 두꺼운 호스로 잠수를 했거나, 보조 산소통을 메고 있었다면 이런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부족한 의료진=바지선 내 의료진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맹골수도’의 거센 물살을 감안하면, 잠수부 부상 등 비상 사태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대비가 부족한 상황이다.

실제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7일 “신규 잠수요원에 대해 사전 안전교육을 충분히 실시하며, 잠수전문의·1급 응급구조사·응급의료 기구 등을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기본적인 안전 조치도 없었던 셈이다.

◆잠수부 자격 확인도 안하는 해경= 해경은 현재 투입된 50여 명의 민간잠수부들의 잠수 자격증 보유 여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숨진 이 씨가 산업잠수사 자격증이 없다는 사실도 이 씨 사망 후에 뒤늦게 확인했다. 구조·수색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잠수부들을 ‘주먹구구식’으로 모집·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진도 = 손기은·김다영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