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참사에… 정부 안전규제 강화 방침, 재계 “규제완화 기조 사라질라” 걱정

정부가 세월호 참사의 재발방지책으로 안전규제 강화 방침을 들고 나온 이후 재계가 걱정 가득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20일 규제개혁장관회의 이후 본격화된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기조가 추진 동력을 상실한 채 ‘유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국민적 애도 분위기 속에 다소 회복 조짐을 보이던 내수시장의 ‘불씨’를 살려 가는 방법도 어려운 과제다.

재계 관계자는 25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각 기업 사업장에서 안전관리 체계 강화를 주문하는 지침을 회원사에 전달한 것이 현재의 긴장도를 보여준다”면서 “안전관리 전반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큰 상황에서 아무리 작은 안전사고라도 발생할 경우 끝장이라는 생각에 사고가 발생했던 사업장들을 중심으로 안전점검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기업들은 이번 참사의 후속대책이 초래할 수 있는 ‘정책 리스크’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가 안전규제 강화와 경제규제 완화를 분리해 병행 추진하기는 힘든 국면이라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누구도 드러내 놓고 말할 분위기가 아니어서 그렇지 최근 분위기를 보면 규제개혁 드라이브는 이미 물 건너간 것으로 보는 기업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안전규제 강화만 해도 첨단기술을 적용해 합리적인 기준을 세우는 유연한 규제 강화여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인데, 정부가 과거처럼 경직된 규제로 돌아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4대 그룹의 한 관계자도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석상에 놓여져 있던 ‘규제혁파’라고 쓰인 팻말이 이번 사고 이후 사라진 것이 정치권의 분위기를 보여준다”며 “규제개혁을 목표로 나온 정책과 입법안들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이로 인해 또다시 기업투자들이 줄줄이 유보되는 게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오승훈 기자 oshun@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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