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값에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로 넘어간 핵심 계열사 ㈜천해지가 사실은 위장 계열사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추정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정황 증거가 나와 주목된다.

문화일보 취재 결과 유 전 회장의 장남인 유대균(44) 씨가 천해지 법인이 생기기도 전에 이미 직접 ‘천해지’ 상표를 출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 전 회장 일가의 위장 계열사를 통한 편법 증여 의혹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이다.

25일 문화일보가 입수한 특허청의 상표 공보(公報) 문건에 따르면 대균 씨는 지난 2005년 5월 특허청에 ‘천해지’ 상표를 출원했다. ㈜천해지 설립(2005년 7월) 두 달 전의 일이다. 대균 씨는 2006년 7월 최종 등록을 마친 후 2007년 11월 동생 혁기(42) 씨한테 해당 상표의 소유권 일부를 양도하기도 했다. 대균 씨의 주소는 이른바 ‘세모·유병언 타운’으로 불리는 ‘서울 서초구 염곡동’으로 적혀 있다.

㈜천해지는 1997년 부도 후 법정관리 상태인 ㈜세모로부터 우량자산인 조선사업본부를 따로 떼어내 2005년 10월 인수했다. 3년 뒤에는 경영권이 대균·혁기 형제가 대주주로 있는 ㈜아이원아이홀딩스로 넘어갔다.

㈜아이원아이홀딩스는 당시 시세가 200억 원대로 추정되는 ㈜천해지 지분 70.1%를 60억 원을 주고 취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헐값 인수 논란을 빚어온 곳이다. 문화일보가 ㈜천해지 지분을 ㈜아이원아이홀딩스에 넘기고 청산한 ㈜새천년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이모 ㈜새천년 대표는 유 전 회장의 호를 딴 ㈜아해 대표로 자리를 옮겼던 것으로 확인됐다.(문화일보 4월 23일자 4면 참조)

이처럼 대균 씨가 천해지의 상표권자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세모의 옛 조선사업부를 인수한 천해지가 사실은 유 전 회장 일가의 위장 계열사였으며, 천해지 지분이 유 전 회장 일가에 넘어가는 과정에서 편법 증여를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유병언 일가는 특허청에 무려 1400여 개에 달하는 상표·디자인 등의 소유권을 등록하고, 이 중 상당수를 주요 관계사 사명이나 제품명으로 써오면서 해당 회사로부터 상당한 수수료도 챙겼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