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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선 명령만 제대로 내렸어도 이렇게까지 안 됐을 거예요. 기본만 잘 지켰어도….”

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 현장에서 유일하게 구명벌을 떨어뜨린 목포해경 소속 100t급 경비정 123함의 이형래(37·사진) 경사는 눈물이 차오르는지 말을 잇지 못했다. 해경상황실로부터 긴급 구조를 지시받고 지난 16일 오전 9시 30분쯤 맹골수도 사고 현장에 가장 빨리 도착한 이 경사는 이때를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었던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멀리 세월호가 보이자 이 경사는 “이미 심하게 기울어져 무조건 배를 버리고 사람만 구하면 된다는 생각을 했다”며 “전원 구조가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마음을 다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월호에 가까이 접근하면서 형언할 수 없는 좌절감을 맛봤다. 승객이 배 바깥으로 많이 나와있을 줄 알았는데 손에 꼽을 만큼의 사람만 보였던 것이다. 이 경사는 “퇴선 명령이 제때 내려져 승객이 갑판에 나와 있거나 바다에 뛰어들기만 했어도 다 구해낼 수 있었다”고 안타까워했다.

필사적으로 몸의 균형을 잡으며 침몰해가는 세월호에 오른 이 경사는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사람을 구조하기 위해서는 일단 구명벌부터 떨어뜨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조타실 바로 앞 오른쪽에 묶인 구명벌은 오래됐는지 안전핀이 녹슬어 손으로 떼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반대편 구명벌 한 쌍만 발로 차 바다로 투하했다. 그나마 두 개 중 한 개만 펴졌다.

더 이상 구명벌을 떨어뜨리는 데 시간을 허비할 수 없었던 이 경사는 객실 유리문을 깨고 80명의 승객들을 퇴선시키기 시작했다. 배에서 뛰어내린 승객이 많지 않은데다 민간 어선과 헬기, 함정 등에 가려 홀로 펴진 구명벌은 크게 쓸모가 없었다.

이 경사는 이 모든 일을 기본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05년 해경에 입문해 소형 함정과 파출소에서만 근무한 뒤 지난 2월부터 100t 경비정을 탄 그가 빠른 판단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기본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난생 처음 목격하는 기막힌 상황에서도 평소 받은 생존술 훈련에 따라 퇴선과 구명벌 투하를 우선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인터뷰 내내 더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던 이 경사는 “초등학교 1학년과 유치원생 딸을 둔 입장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화면에 나오기만 해도 마음이 찢어진다”고 말했다.

진도 =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