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지난 3월 출시한 7세대 신형 ‘LF쏘나타’가 22일까지 누적계약 2만2000대를 돌파하는 인기몰이를 하며 몰락했던 중형차 시장의 부활을 이끌고 있다. LF쏘나타는 기존 모델(YF쏘나타)에 비해 훨씬 간결해진 디자인과 초고장력 강판을 51%로 확대적용해 안전성을 높이고 주행성능을 강화한 점 등이 주요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현대차 측은 외관이나 수치상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인간공학적 설계(HMI)’야말로 LF쏘나타의 진짜 비밀무기라며 인기질주가 계속될 것으로 자신하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LF쏘나타에 숨어있는 HMI 요소들을 하나하나 뜯어봤다.

먼저 운전자들이 항상 만지는 운전대(스티어링 휠)는 직전 모델인 YF쏘나타보다 지름이 1㎝가량 작아졌다. 일반적으로 운전대가 작아질 경우 그립감이 좋아져 ‘손에 착 감기는’ 느낌이 들고 조작도 편해진다. 이 과정에서 LF쏘나타 개발진은 운전대 크기를 줄이기 위해 내부에 위치한 에어백을 새로 설계해야 했다.

또 운전 도중 운전대 어느 부분을 잡더라도 손이 편안하도록 손이 닿는 위치에 따라 모양과 굵기, 단면 등을 조금씩 다르게 했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1년 4개월가량의 개발기간 동안 인간공학, 승객안전시스템, 디자인 등 관련팀들이 11차례 협의와 5차례의 목업(실물 크기의 모형) 제작을 거친 뒤에야 최종적인 형태를 완성할 수 있었다.

각종 스위치를 조작하는 과정에서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운전대와 센터페시아(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계기판) 등에 놓인 각종 스위치 역시 새로 배열했다. 먼저 운전대의 경우 운전대 하단에 배치됐던 스위치를 없애고 주행 중 엄지손가락만으로 조작가능한 부위에 필요한 스위치를 모았다. 센터페시아에서는 추운 겨울에 사용하는 운전대 열선 스위치와 좌석(시트) 열선 스위치 등을 ‘윈터모드 그룹핑’이라는 이름으로 나란히 배열해 조작 동선을 최소화했다.

요즘 출시되는 신차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내비게이션 모니터 역시 LF쏘나타의 작지만 세심한 변화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LF쏘나타는 센터페시아에 장착된 내비게이션 모니터의 위치를 기존 차량보다 끌어 올려 속도계 등이 위치한 계기판과 같은 높이로 배치해 시선이동을 최소화 했다.

계기판도 가다듬어 각종 조작 기능 관련 신호는 윗부분, 고장 관련 경고등은 아랫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단순화했다. 이 과정에서 계기판이나 각종 스위치의 심볼이나 문자 두께 등도 0.1㎜ 단위까지 통일해 시인성을 높였다는 후문이다. 또 점등 순서 및 색상 등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최적화했다. 상당수 운전자들이 하루 평균 2∼3시간을 앉아서 보내는 시트도 장시간 주행에도 피로감을 덜 느끼도록 허리 지지력을 강화하는 등 신체 부위별로 서로 다른 특성을 고려해 제작됐다. 어깨를 기대는 부위의 경우 피로를 덜 수 있도록 푹신한 재질을 사용한 반면 허리 부위는 주행 시 지지력을 높이기 위해 탄탄한 소재를 사용했다. 엉덩이 부위는 체중을 고루 분산할 수 있도록 설계했고 각종 페달 조작 과정에서 자주 움직이게 되는 허벅지는 압박감을 덜 수 있도록 푹신한 소재가 활용됐다.

LF쏘나타의 HMI적 요소는 작은 스위치 하나하나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차량에 설치된 대다수 스위치가 위에서 손가락으로 비스듬히 누르는 방식으로 조작이 이뤄진다는 점에 착안해 스위치 단면이 평면이 아니라 아래 부위가 약간 돌출되도록 설계했다. 차문을 여닫을 때 이용하는 손잡이의 경우 손의 형태를 고려한 볼록 형상으로 만들어 미끌림을 방지하고 촉감 역시 개선되도록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해 출시된 신형 제네시스부터 적용된 HMI 설계원칙이 LF쏘나타에 적극 반영됐다”며 “안전성과 직관성, 간결성 등의 3대 원칙을 기반으로 사용자의 편의성과 감성만족도를 높인 ‘작지만 큰 변화’로 고객 만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LF쏘나타의 가격은 주력모델인 2.0 CVVL 기준으로 스타일 2255만 원, 스마트 2545만 원, 프리미엄 2860만 원이고, 배기량이 높은 2.4 모델은 스타일 2395만 원, 익스클루시브 2990만 원이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