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가 ‘6·4 지방선거’의 판세를 뒤흔들 중요한 변수로 급부상 중이다. ‘다 죽었던’ 정권심판론의 불씨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는가 하면, 참사 관련 이슈가 블랙홀처럼 여타의 이슈를 빨아들이며 ‘통일대박론’이나 ‘규제 혁파’ 등 정부가 주도하던 국면이 참사 및 국민안전 국면으로 바뀐 상황이다. 여야 모두 후보 선출이 늦어져 후보 검증도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22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여권에 불리한 이슈임은 분명하다”며 “선거 전체 구도와 전략을 새로 짜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무엇보다 박근혜정부가 정말 강조했던 핵심 가치인 ‘안전’이 무너진 게 가장 컸다”며 “구조와 수습 과정에서 계속된 정부의 부적절한 대응은 자칫 지방선거에서 ‘분노 투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애초 정권 2년차인데다 박 대통령이 고공 지지율 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야권에서조차도 언급을 삼갔던 정권심판론이 떠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자연스레 공수도 뒤바뀌었다. 애초 여권에서는 박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율과 현역 광역단체장에 대한 지역정부심판론 등을 바탕으로 공격적으로 선거를 치를 계획이었지만 ‘세월호 참사’로 수세 국면에 몰리게 됐다. 이는 이날 오전 여야의 원내대책회의 풍경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주요 당직자들은 정부 여당에 대한 질타와 함께 국회 차원의 자성, 대책 마련 등에 대해 강한 ‘톤’으로 발언했지만, 새누리당은 모두발언도 공개하지 않고 비공개로 회의를 진행했다. 전병헌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당분간 정부에 대한 책임 추궁을 일단 유보하고 있다”면서도 “사고 원인과 함께 대응, 구조 작업에 이르기까지 온통 구멍투성이인 정부의 무능과 총체적 부실에 억장이 무너진다”고 밝혀 어느 정도 사고가 수습된 후 강도 높은 공세를 예고했다.

김형준(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애초 정부가 주도해온 ‘통일 대박론’, 규제 개혁, 공기업 개혁 등 이슈가 다 사라져 버린 게 여권 입장에서는 가장 뼈아프다”며 “선거는 어떤 프레임이 잡히느냐가 중요한데 야권은 ‘국민 안전’에 대한 부분을 공격할 것이고 여권이 방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여야 모두 당내 경선 일정을 잠정 중단해 후보 선출이 늦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아직 후보 선출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어 후보등록일(5월 15일) 직전에야 지방선거 대진표가 완성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자연스레 인물 경쟁력에 대한 평가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교수는 “여야 매치업이 늦게 확정되면 후보 검증 기회 자체가 줄어들게 돼 현직 프리미엄 효과가 더 커질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현직이 다시 선거에 나서는 경우가 많은 야권 입장에서는 참사 전의 무기력한 상황보다는 한결 나아진 것”이라고 밝혔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