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기업 임원을 지내다 퇴직한 김모(56) 씨는 요즘 아내와 함께 종종 백화점을 찾는다. 소일거리 삼아 매주 한두 차례 쇼핑을 즐긴다. 조금 비싸다 싶어도 마음에 들면 구입을 망설이지 않는다. 쇼핑이 끝나면 백화점 내 식당가에서 식도락도 즐긴다. 가끔은 백화점 인근 극장이나 문화홀에서 영화나 뮤지컬을 볼 때도 있다. 퇴직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자신을 위한 소비에 지출을 아끼지 않는 ‘액티브 시니어’가 소비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업들도 이들을 겨냥한 건강·문화·레저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주요 업체들은 최근 50·60대 중장년층을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을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백화점과 편의점 등 오프라인 업체들은 물론 홈쇼핑, 오픈마켓 등 온라인 업체들까지 상품구성과 판매방식을 50·60대에 맞추고 있다. 경기 불황의 영향으로 젊은층의 소비는 줄어들고 있지만 경제력을 갖춘 50대 이상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덜하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현대백화점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패션·스포츠·건강식품 등을 망라한 ‘액티브 시니어 페어’를 열 예정이다. 신세계백화점도 시니어 건강댄스, 시니어 테라피요가, 가락장구와 경기민요 등 50·60대를 겨냥한 문화센터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염색약, 보청기, 건강보조식품 등의 상품방송을 늘렸고, 보험상품의 경우 60대 이상 고객들이 직접 가입할 수 있는 건강보험 상품을 확대했다. NS홈쇼핑은 50·60대가 주로 시청하는 평일 아침 오전 6시에 건강정보와 요리법을 소개하는 ‘건강한 밥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GS샵은 50·60대를 겨냥한 인터넷 쇼핑몰 ‘오아후’(오십 대부터 시작하는 아름답고 후회 없는 삶)를 운영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로 50·60대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이들을 겨냥한 시장도 급팽창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액티브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시장규모는 지난 2002년 12조8000억 원에서 2010년 43조9000억 원으로 성장했고, 2020년에는 148조6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의 소비가 일자리를 창출하고, 정부의 세수를 증대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것이란 기대도 적지 않다.

고서정 기자 hims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