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에서 2세 된 아들을 방치해 숨지게 한 정모(22) 씨는 3일 동안 잠을 자지 않고 온라인 게임에 몰두하는 비정상적 생활방식을 보였다. 그는 PC방에서 중국 음식 등을 배달시켜 먹으면서 꼼짝도 하지 않고 PC 모니터를 보면서 마우스와 키보드를 움직였다. 그러면서 잠시 틈을 내 육개장 등을 사들고 집에 가서 배가 고파서 우는 아들에게 먹였다. 그러나 그것도 정 씨가 갈 때뿐이고 집 안에는 과자 부스러기조차 없었다.

경북 칠곡과 울산에서 계모가 의붓딸을 정서적·육체적으로 학대, 숨지게 한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터져나온 이번 사건은 아동학대의 한 종류인 부모의 ‘방임학대’에 대해서도 특별한 관심을 유발시키고 있다.

15일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전체 6403명의 아이에 대한 9938건의 아동학대 건수를 조사한 결과 방임학대는 2489건으로 전체의 25.0%를 차지했다. 정서적 학대 3785건(38.1%), 신체적 학대 2858건(28.7%) 등에 비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많았다. 중앙아동보호기관 관계자는 “방임학대는 정 씨처럼 아이를 돌보지 않거나 아이 치료를 제때 해주지 않고 의식주를 제공하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방치하는 것으로 매년 평균 2500건 정도 접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 4월 충남 천안에서도 동거남녀가 PC방에서 온라인 게임에 빠져 자신들이 낳은 생후 15개월 된 딸을 방치해 숨지게 만들었다. 특히 이 딸은 민소매 상의에 기저귀만 입은 채 베란다에서 숨진 채로 발견돼 충격을 줬다.

지난 2010년 경기 수원에선 40대 부부가 생후 3개월 된 딸을 홀로 집 안에 둔 채 인근 PC방에서 장시간 게임을 즐기다 딸을 굶어죽게 만들었다. 또 지난해 경북 청송에서 부모가 독감에 걸린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아 아이가 죽기 직전까지 갔다가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일도 있었다.

구미 =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