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장화정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장은 15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로 집무실에서 친부모의 아동학대를 가중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munhwa.com

“친부모에 의한 아동학대는 가중처벌돼야 합니다. 부모에게서 받은 학대는 아이들에게 더 큰 상처가 되고, 처벌 등 조치 이후에도 가정으로 돌아가 보살핌을 받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칠곡과 울산에서 발생한 아동 사망 사건으로 아동학대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아동보호 전문가인 장화정(49)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장은 15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자치단체는 투표권이 없는 아이들 보호에는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앙정부가 직접 나서서 아동보호 시스템을 구축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관장은 “아동학대 문제는 우리 사회의 총체적이고 복합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동학대 문제가 ▲아이를 소유물로 인식해 아이의 잘못은 무조건 체벌로 다스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의 잘못된 인식 ▲아동학대 신고의무자가 자신이 신고의무자인지, 어떤 것이 아동학대인지, 어떻게 신고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무지 ▲아동학대 가해자에 대한 경미한 처벌 관행 등으로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친부모 가해자는 가중처벌해야=장 관장은 특히 존속 살해 가중처벌처럼 친부모에 의한 아동학대는 가중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계모에 의한 아동학대 사건이 부각됐지만, 실제로 아동학대 가해자 중 계모인 경우는 3%밖에 안 되고 친부모에 의한 경우가 80%에 달할 정도로 훨씬 심각하다”면서 “부모에게는 아이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부모가 아이를 학대하는 경우 가중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현실에서는 오히려 부모들이 가해자인 경우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경우가 더 많고, 부모 재교육도 의무 사항이 아니라서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장 관장은 분노조절을 못하는 등 미성숙한 부모들을 재교육시키는 사회적 시스템 마련도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부모들은 아이의 문제 행동을 개선시키기 위해 체벌을 시작했다가 자신의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학대 수준으로 폭력을 가하게 된다”고 말했다.

◆중앙정부의 아동보호 시스템 구축 필요=장 관장은 “현재는 지자체가 아동보호전문기관 지원을 담당하고 있는데, 아이들은 유권자가 아니기 때문에 유권자인 부모들을 제재하는 아동학대 방지책에 신경을 쓰는 지자체 장들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대도시인 서울이 오히려 아동보호 지원이 열악한 편이다. 강서아동보호기관의 지난해 운영비 약 3억5900만 원 중 서울시 지원금은 1억6000만 원(44.5%)밖에 안 된다. 보건복지부는 1인당 2800만 원 기준으로 10명의 상담사 인건비를 지자체에서 지원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서울시의 경우 1인당 1900만∼2000만 원 기준으로 5∼6명의 인건비를 주는 데 그친다.

현재 중앙을 포함해 전국 51개 아동보호전문기관에는 상담사, 치료사, 사무원을 포함해 총 388명만이 일하고 있다. 2011년 기준 미국의 피해아동 보호율은 8.8%인 데 반해 한국은 0.6%에 그친다.

장 관장은 “아동학대는 피해자인 아이가 가해자인 부모를 처벌하는 것에 대한 의사결정이 어려운 데다가 처벌 후 다시 피해자가 가해자의 보호를 받으며 살아야 하는 특수성 탓에 보다 세밀한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지자체 대신 정부 부처가 전문성을 갖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상담사 확대 등을 위해서는 예산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아동학대 특례법 시행과 사회적 인식 개선 함께 이뤄져야=오는 9월 시행되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대해 장 관장은 기대감을 드러내면서도 사회적 인식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효과적으로 시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동학대 신고 시 경찰이 함께 출동하고, 가정법원에서 가해자 접근금지·친권제한 등 피해 아동에 대한 즉시 보호처분을 내릴 수 있게 되는 점이 기존 법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서 “또 조사가 좀 더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진행되고, 그 과정에서 피해아동 상담이나 보호처분이 잘 이뤄지는지 살펴볼 수 있다는 점도 기대되는 점”이라고 말했다. 또 “이 법이 제대로 시행되려면 사회적으로 아동학대가 심각한 범죄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신고해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 관장은 “현재 경찰, 검찰, 복지부, 보호기관 담당자가 3주에 한 번씩 모여 특례법 시행에 따른 공동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면서 “9월 전에도 아동보호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현재 법 테두리 안에서 보강할 수 있는 방안들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