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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아시아금융학회 회장

환율 급락세가 예사롭지 않다. 금융위기 이후 저지선이었던 1050원선이 지난 10일 붕괴된 이후 하루 만에 1040원마저 무너졌다. 원·100엔 환율도 1021원까지 추락, 2008년 9월 11일 1012원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원·달러, 원·엔 환율 모두 균형 수준은 물론 수출기업 손익분기점도 밑돌고 있다.

환율의 이상기류는 2012년 중반부터 시작됐다. 엔·달러 환율이 2012년 9월 78엔을 저점으로 상승하기 시작, 1년7개월 새 102엔까지 22% 절하됐다. 연초에는 105엔을 넘어서기도 했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은 2012년 6월 이후 9% 절상돼 같은 기간 원·엔 환율은 40%나 절상됐다.

결과는 수출 둔화와 기업 수익성 악화다. 2002년부터 11년10개월 간 연평균 14.6% 증가해 오던 한국 수출은 2011년에는 세계경제 둔화로 1.3% 감소한 후 지난해에도 2.1% 증가에 그치고 올 1~2월 중에는 0.2% 감소했다.

특히 원·엔 환율 하락으로 대일 수출이 2012년 2.2%, 2013년 10.7%, 올 1~2월 중 15.3%로 3년 연속 감소했다. 2002~2011년 10년 간 연평균 23%를 기록해 온 대(對)중국 수출증가율도 2012년 0.1% 2013년 8.6%에 그치더니 지난 1~2월 중에도 2.1%에 머물렀다. 대미 수출도 미국의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지난 1~2월 중 4.4% 감소했다. 미국 성장이 과거와는 달리 달러화 약세와 세일가스 혁명에 힘입어 제조업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데 따른 결과다. 대 브릭스 국가 수출도 둔해지고 있다.

지난 2년 간의 원고(高)가 세계경제 성장판의 변화와 맞물리면서 한국의 수출시장이 구조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품목별로는 지난해 전체 수출 5596억 달러의 48%인 전기전자 자동차 플랜트 수출이 지난해 8% 증가한 것을 제외하고는 선박·철강·석유화학 등 대부분 품목 수출이 줄어들고 있다. 그 결과 삼성전자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대부분 상장기업 이익이 지난해 3분기부터 감소해 한국 증시는 세계 증시와 함께 상승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원화(貨) 추가절상으로 전기전자·자동차 수출마저 부진하면 한국경제가 입을 타격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원·달러 환율은 외국 투자 세력이 좌우하고 있다. 자유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자본시장을 완전 개방하고 있으나 외환시장 규모가 작은 한국의 환율은 외국 투자세력의 놀이터로 안성맞춤이다. 지난해 6∼10월중 15조 원을 순매수해 주가가 2063까지 17% 오르고 원·달러 환율은 1056원까지 하락, 10% 절상돼 평가이익이 27% 나자 지난해 10월 31일부터 올 2월 4일 중에는 4조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그 결과 원·달러 환율이 1082원으로 올라가고 주가는 1887까지 떨어지자 다시 순매수를 시작해 지난 금요일 원·달러 환율은 1036원까지 4.8% 절상되고 주가는 1997로 5.9% 상승했다.

이처럼 들락거리기를 반복하며 이익을 챙기는 외국투자자들이 원·달러 환율을 좌지우지(左之右之)하면서 수출에 타격을 주고 있는데도 불황형이기는 하지만 국내총생산(GDP) 6%가 넘는 경상수지 흑자가 났다. 그리고 지난주에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가 열린 데 이어, 미국 재무부 환율보고서 발간도 앞두고 있어 미세조정 개입마저 어려워지자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고 있다. 앞으로 두어 달 더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원·100엔 환율은 900원대에 진입할 것이다. 자연히 수출 둔화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신흥 시장국 위기라도 나면 2008년처럼 한국경제도 안전할 수 없다.

원·엔 환율 적정수준 유지, 자본 유출입 변동성 완화를 위한 건전성 규제 강화, 불황형 흑자에 따른 절상 압력의 완화를 위한 투자 활성화 등 다각적 대책(對策)으로 접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