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주요 국가들이 최신예 전투함과 잠수함 증강에 잇따라 나서면서 해군 군사력 확충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군사대국화를 추진중인 ‘떠오르는’ 중국과 북한의 핵공격 위협, 각국 간의 잠재적인 분쟁 등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로 아·태지역 해군 시장 규모가 유럽지역을 추월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13일 미국의 해군 시장분석업체인 AMI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한국은 물론 일본, 대만 등이 해군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아·태지역에서는 오는 2032년까지 전체적으로 2000억 달러(약 207조 원)가 구축함, 잠수함, 항공모함 건조 등에 투자될 계획인 것으로 분석됐다. 앞으로 18년 동안 아·태지역에서 새로 건조되는 잠수함만 100여 척, 전투함은 1000여 척이나 될 전망이다. 이날 미국의 군사전문매체인 디펜스뉴스도 “아·태지역 주요국가들의 해군력 증강 규모는 세계 최대 해군 시장이었던 유럽 지역을 뛰어넘었다”고 전했다.

아·태지역 국가들의 해군력 증강은 중국의 남·동중국해 해상 영유권 주장과 항공모함 랴오닝(遼寧)호 건조 등 해양 군사대국 행보가 주원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한국과 일본은 북한의 핵공격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미사일방어(MD) 시스템과 연계된 이지스 구축함 건조 등에 나서고 있고, 싱가포르는 믈라카 해협 해적 퇴치 및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와의 잠재적 분쟁 등에 대비하기 위해 해군력을 확충중이다. 대만도 중국의 흡수 통일에 대항하기 위해 해군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오수미급 수륙양용수송함(LPD) 함대의 작전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최대 4척의 헬리콥터 항공모함 구입계획을 진행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타고급 구축함들과 함께 운용하기 위한 탄도미사일방어(BMD)용 구축함과 대공 방어·공격 능력을 향상시킨 다목적 구축함도 건조할 계획이다. 토니 베이팅어 AMI 인터내셔널 시장정보담당 부회장은 “일본은 앞으로 하루시오(春潮)급 잠수함 4척을 전부 공기불요추진체계(AIP·수면에 올라오지 않고도 2주간 작전 수행이 가능한 시스템) 잠수함으로 대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경우 3척의 KDX-Ⅲ 이지스 구축함 발주에 이어 F-35 전투기 이착륙이 가능한 독도급 다목적 강습상륙함(LHD) 추가 건조 등을 고려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대만도 2척의 페리급 프리깃 전투함 확충과 30척의 유도미사일 장착 순찰함 생산계획을 갖고 있다.

워싱턴 = 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