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지난해 12월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통상임금 산정범위를 규정했으나 관련 소송이 감소하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은 통상임금의 과거 3년치 임금에 대한 소급 청구에 대해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 등 신의칙 법리 적용을 통해 제한했지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에 대한 판단기준이 모호하다는 이유 등으로 노동계의 소급 청구 소송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전국의 100인 이상 사업장 가운데 통상임금 관련 소송을 제기한 곳은 지난 2월 현재 221곳이다. 이는 지난해 11월 199곳, 12월 206곳, 올해 1월 207곳 등에 비해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들 소송은 주로 정기상여금과 각종 수당 비중이 높은 제조업과 운수업 쪽에 집중되고 있다. 급여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정기상여금과 여타 수당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법원 판단이 내려질 경우 소급분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통상임금 관련 소송이 제기된 사업장 207곳(1월 기준) 가운데 여객운수업과 자치단체를 제외한 93개소를 분석한 결과 자동차·조선·철강 및 관련 제조업이 62.4%인 58개소에 달했다. 특히 소송이 제기된 기업들 가운데 300인 이상의 대기업이 68개소(73.1%)로 대형 사업장에 관련 소송이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산업계는 통상임금 관련 소송이 제조업과 운수업에 집중될 경우, 국내 수출 주력 업종인 자동차·조선업종 등 주요 기업들의 경쟁력이 하락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주요 소송이 제기된 기업들로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르노삼성, 한국GM,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이상 1심 계류 중) 등으로 수출 주력 대기업들이 포함돼 있다.

재계 관계자는 “소급분 적용시점에 대해서도 노동계가 대법원 판결이 나온 2013년 12월 18일 이후부터는 확대된 통상임금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경영계는 새로운 노사합의가 체결될 때까지 현재 단체협약상 통상임금 범위가 적용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