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네프 박사의 메가톤 투 메가와트 프로그램으로 지난 1995년부터 2013년까지 2만여 개의 핵탄두가 사라졌지만 지구상에는 아직 핵무기와 핵물질이 넘쳐나고 있다.

11일 국제핵물질패널(IPFM)의 글로벌 핵물질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인 고농축우라늄(HEU) 재고량은 1380메트릭t(2012년 말 기준)에 달한다. 7만∼8만 명이 숨진 일본 히로시마(廣島)에 투하된 ‘리틀 보이’ 같은 1세대 핵폭탄 5만5000여 개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일부 싱크탱크에서는 2100메트릭t의 HEU 재고량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HEU 재고량의 98%는 기존 핵무기 보유국가에서 관리되고 있다.

핵무기 최대 보유국은 러시아다. 미국과학자협회(FAS)는 러시아의 핵무기 숫자를 8500개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다음은 미국으로 7700여 개, 프랑스 300여 개, 중국 250여 개, 영국 225개다. 이스라엘은 100∼200개, 파키스탄은 100∼120개, 인도 90∼110개 순이다. 핵무기 보유국으로 공식 인정을 받지는 않지만 북한도 8∼12개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핵무기가 있었지만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를 철폐하고 유엔에 복귀하면서 자진 폐기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2010년 4월에 조인한 ‘뉴 스타트(New START·신 전략무기감축협정)’에서 전략핵무기 체계를 30% 감축하기로 합의했다. 지상발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전략폭격기탑재 공중발사 순항미사일(ALCM)이 대표적인 전략핵무기 체계로 보통 ‘전략무기 트라이어드’라고 부른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전략핵무기 체계 감축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어 협정이 제대로 실행될지는 미지수다. 미국은 전략핵무기 체계 감축계획을 지난 9일 발표했다.

미국의 핵군축 싱크탱크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세계 핵무기 프로그램 개요’ 자료에서 “지금까지 전체적으로 30여 개 나라가 핵무기 개발을 시도했다”면서 “이 중 10개 국가(남아프리카공화국 포함)가 핵무기 개발 및 보유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핵무기 개발에 성공하고 폐기에 나선 나라는 남아공을 제외하고는 없다. ISIS는 “안보 위기에 직면한 한국은 아마 미래에 핵무기 개발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워싱턴=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