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소유 지배구조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증가할수록 오히려 소유가 집중되는 역효과가 나타나는 만큼 소유분산 목적의 정부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9일 ‘기업소유지배구조에 대한 역사적 영향요인 분석 및 시사점 연구’ 보고서에서 독일, 스웨덴, 캐나다 등의 선진국 사례 분석을 통해 “기업집단의 복잡한 출자구조에 대한 우려로 이를 인위적으로 파괴시키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제안되고 있으나, 실제로는 소유집중 현상이 더 심화되는 등 큰 부작용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우선 기업 소유구조 분산을 위한 주주권 보호제도에 대해 “역사적으로 공동체 이익을 강조하는 국가에서는 주주권의 보호장치가 기업소유 분산에 미치는 영향력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독일 나치정부가 1937년 대공황 이후 경영권방어장치 축소 등 주주권을 강화시켰지만, 기업의 대규모 상장폐지와 주식회사의 유한회사 전환이 늘면서 기업소유구조가 되레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보고서는 특히 “정부가 자유주의시장에서 벗어나 규제와 법제도를 통해 기업 활동에 개입할 경우 로비, 방어 등 비생산 활동에 더 치중하는 지대추구(Rent-Seeking) 유인이 증가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정책개입이 강화되면 자본가들은 금융시장에 투자하기보다 직접 거대 피라미드 기업집단을 운영하거나 이에 투자하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에 기업의 소유집중 현상은 더욱 심화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기업집단의 복잡한 출자구조는 의결권 강화만을 위한 게 아니라 기업집단의 내부금융시장 필요에 따라 형성된 것인 만큼, 소유분산을 유도하려면 주주권 보호보다는 정부개입의 축소와 자유시장원칙의 수용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기업 소유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개방화, 민영화 등 경쟁정책에 대해서도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경쟁법 도입과 시장경제기능 강화, 글로벌화를 추진한 국가일수록 기업집단의 비중이 감소하고 소유구조가 분산되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한경연 관계자는 “개방화의 경우 외국투자자의 소유지분 증가로 국내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견제력을 증가시키고, 민영화와 규제완화는 투자자의 수익성을 높이는 등 자본시장의 성장과 주주가치 향상에 기여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오승훈 기자 osh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