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노조가 정부의 정상화 계획에 집단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고용노동부 산하 준정부기관인 한국승강기안전기술원이 복리후생비 삭감에 대한 노사합의를 이룬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한국승강기안전기술원 노조는 한국노총과 민노총의 공공부문 노조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에 참여하고 있는 공공연맹 소속이어서 향후 공대위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지금까지는 공대위 소속 노조 가운데 부산항만공사와 한국마사회 등 두 곳 정도가 정상화 계획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일 한국승강기안전기술원 노사에 따르면 양 측은 지난 2월 말 기존 138만8000원이던 복리후생비를 올해 88만3000원으로, 36.4% 삭감하기로 합의했다. 본인 결혼과 배우자 사망 시 7일간 부여됐던 경조사 휴가를 5일로 축소하고, 액수 제한이 없던 자녀의 중·고등학교 학자금을 서울 국·공립학교 평균 지급액 선으로 낮추는 등 복리후생 수준을 공무원 기준에 맞췄다. 회사 돈으로 경조사비와 단체상해보험료를 내던 관행을 폐지하고, 연차수당에 1.5배를 할증하던 보수규정 내부 지침도 없애기로 했다.

한국승강기안전기술원이 이 같은 노사 합의를 이룬 데는 과거 겪었던 극심한 갈등이 큰 역할을 했다. 한국승강기안전기술원은 지난 2년간 노조가 사측을 부당노동행위, 부당전보 등으로 지검과 노동위원회에 7차례에 걸쳐 고소·고발하는 등 노사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다. 전임 이사장은 노조와의 싸움 끝에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불명예 퇴진했다. 이 같은 소모적인 갈등 속에 기관 경쟁력은 약화됐고, 노사 모두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박철구(41) 한국승강기안전기술원 노조위원장은 “공공기관 노조가 정상화 계획을 집단 거부하는 상황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위기에 처한 조직을 살리기 위해 노사가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생각했고, 대부분의 직원들도 이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한국승강기안전기술원 노사는 지난해 12월 27일 2013년도 임금을 동결했고, 올해 임금협상도 정부의 가이드라인인 1.7% 인상하는 선에서 마무리할 예정이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