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3월 28일 서울 구로구 한국승강기안전기술원에서 김윤배(왼쪽 세 번째) 이사장과 박철구(왼쪽 두 번째) 노조위원장이 근무 중인 조합원을 방문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정하종 기자 maloo@munhwa.com

지난 3월 28일 서울 구로구 한국승강기안전기술원에서 만난 김윤배(56) 이사장과 박철구 노조위원장은 한목소리로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 기관의 미래였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지난 2년여 간 노사가 서로 헐뜯고 싸워서 얻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며 “작은 결과물을 놓고 대립하기보다 양측이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하고, 큰 파이를 만드는 동력이 절실했다”고 덧붙였다. 박 노조위원장도 “노사가 서로 쌓였던 오해를 푸니 조직 발전을 위한 공동의 인식이 보였다”며 “앞으로 많은 외풍이 있겠지만 변화에 뒤처지는 기관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가세했다.

◆기관 존폐 위기감 속에 싹튼 노사화합= 한국승강기안전기술원은 과거 노사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승진, 전보 등 인사와 관련해 노조원들은 로비에서 수시로 촛불집회를 벌였고 사측은 집회가 잦아질수록 노조를 강압적으로 대했다. 2011년 한 이사는 노조활동을 막은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벌금형을 선고 받은 뒤, 이사회에서 해임됐다. 이 여파로 전임 이사장은 스스로 옷을 벗었다. 이후 취임한 김 이사장도 1년 동안 7차례의 고소·고발을 당했다. 이 이사장은 “노조의 고소·고발로 검찰과 지방노동위원회에 답변서를 쓰고 관련 조사를 받느라 업무보다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했다”며 “경찰에서 노조위원장과 대질심문을 받을 때는 참 암담했다”고 회상했다. 박 노조위장은 지난 1월 노사화합 등 공약을 내세워 97%의 지지율로 당선됐다.

◆“개혁은 시끄러운 소리가 날 수밖에 없다”= 김 이사장은 취임 후 승강기 안전검사 부문을 넘어 사업장안전검사 부문으로 업무 영역을 확장하는 등 사업을 다각화했다. 이를 통해 한국승강기안전기술원의 매출액을 2011년 224억 원에서 지난해 272억 원으로 21.0% 증가시켰다. 사측은 이 같은 매출액 증가분을 대부분 직원 임금 상승과 확충으로 연결했다. 직원들 또한 이에 화답해 경상비를 3억 원가량 줄이는 노력을 했다. 계속되던 경영수지 적자도 지난해 7억5000만 원의 흑자로 전환됐다. 노사는 정상화를 위해 겪었던 그간의 과정 역시 기관의 발전을 위해 거쳐야 할 단계라는 입장이다. 박 노조위원장은 “우리 기관은 직원 317명의 소규모 공공기관으로, 아직 직원 연봉이 공공기관의 하위 10% 수준인 4800만 원밖에 안 되고 사실 복리후생비도 100만 원이 안 돼 방만 경영과는 거리가 있다”며 “공공기관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 조직의 형편에 맞는 판단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