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각종 금융 관련 사건·사고로 금융산업의 신뢰가 크게 훼손되면서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위기상황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개인정보유출사태를 야기한 카드 3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지난 1월 20일 서울 중구 태평로1가 코리아나호텔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문화일보 자료사진

금융산업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과 부정적 인식이 임계점에 달해 폭발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금융신뢰의 붕괴현상은 평판리스크(Reputation Risk)를 키워 입지를 점점 더 어렵게 만들 수밖에 없다. 오·남용되고 있는 퇴행적 영업관행과 리스크관리 체계에 대한 혁신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다. 문화일보는 한국금융산업의 바람직한 내일을 위해 금융신뢰의 실추 배경과 원인, 금융사와 금융당국의 자정·쇄신의 지향점, 소비자보호의 중요성을 집중 진단한다.

NH농협은행과 NH농협카드는 지난 1월 24일부터 각종 이벤트와 대고객 행사를 쉼 없이 진행하고 있다. 수익을 겨냥한 영업과는 약간 거리가 있다. 1월 13일 전모가 드러난 1억500만 건에 달하는 사상 초유의 카드3사발 개인정보 유출사고 이후 잃어버린 고객의 믿음을 회복하자는 취지의 프로모션부터 헌혈, 카드모집인 사회봉사 등을 펼치고 있는 것. 농협금융 관계자는 “정보유출사태에 따른 카드해지, 탈퇴 등으로 고객들의 신뢰가 많이 떨어진 만큼 노력해 이를 되찾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 저축은행 부실사태에 이어 금융시장을 뒤흔든 동양그룹발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사태, 시중은행의 부당대출·횡령사고, 연이은 올 1월 카드발 대규모 정보유출 사태, 수천억 원대 대출사기사건 등으로 금융산업에 대한 신뢰가 벼랑 끝으로 몰렸다. 금융사의 경쟁 격화에 따른 고질적인 불완전판매, 금융정보의 양극화, 기승을 부리고 있는 조직화·지능화되는 전자금융사기 등도 금융업의 신뢰를 옥죄고 있다. 금융의 생명은 신뢰이며, 금융은 신뢰를 먹고 사는 산업이란 명제가 무색한 실정이다. 저축은행 사태에서 확인된 ‘뱅크런(Bank Run)’, 카드 정보유출에서 나타났던 ‘카드런(Card Run)’은 금융소비자의 신뢰 붕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실물경제의 보루인 금융산업의 믿음이 깨지면 소비자보호기능부터 서민·중산층 금융공급은 물론, 경제 전체에도 부정적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같은 위기상황을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금융권의 신뢰회복을 위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부터 임직원 및 금융당국의 전향적 인식 전환과 내부통제의 강화 등 대대적인 시스템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경기둔화와 1000조 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급증 등 국내 금융시스템의 잠재취약요인이 여전하고 수익성 악화기조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신뢰가 급격히 무너져 금융산업의 입지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금융시장을 뒤흔든 고객정보 유출부터 투자자 피해 확산, 불법대출, 사기대출 등 각종 금융사고·사건만 벌써 굵직한 게 7건이 넘을 정도다. 한 업권에만 집중된 게 아니라 전 업권에서 약속이나 한 듯 연쇄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갤럽에 의뢰해 지난 2월 3일부터 13일까지 금융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식도 설문 조사 결과, 금융사의 고객중심 영업 및 금융사 직원이 권유하는 상품에 대한 신뢰도는 각 42%, 39.8%로 낮은 수준이었고 서비스 만족도 역시 53.8%로 보통 수준으로 파악됐다.

이석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자민원의 50%가량이 몰리고 있는 보험의 경우 금융업권 신뢰도 평가에서 10점 만점에 6.81점으로 최하위였으며, 주요 30개국 보험산업 신뢰도 평가에서도 비슷한 순위를 보였다”(‘보험산업의 신뢰도 저하 문제 및 개선방안’)고 지적했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금융당국도 부랴부랴 올해 금융정책과 금융검사·감독의 제1순위를 금융의 신뢰 확보에 맞췄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국민들이 금융사에 소중한 재산과 개인정보를 믿고 맡겼는데 수익창출을 위한 영업수단으로 인식하고 소홀히 관리해온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금융사들이 올해 경쟁과 혁신에 따른 구조변화 확대, 글로벌화에 초점을 둔 경영기조 확대란 당면과제를 추진하면서도 고객중심 경영 강화에 부응하기 위해 금융신뢰 실추를 해소할 포용력 있는 경영방향과 리더십을 점검하고 시행해야 할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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