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검강력부장)이 증거 조작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국가정보원 소속 ‘블랙요원’ 김모 과장(김 사장)을 금명간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김 과장과 이모 주 선양(瀋陽) 총영사관 영사(국정원 직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블랙요원’ 김 과장 역할= 검찰은 이른바 ‘김 사장’으로 불리는 국정원 대공수사팀 소속 블랙요원 김 과장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김 과장은 지난 10년간 국정원 협력자들을 관리하며 대북정보와 간첩첩보 등을 수집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국정원 협력자 김모(61) 씨와 이모 영사, 대공수사팀 수사관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김 과장이 유우성(34) 씨의 중국·북한 출입경(국)기록과 관련된 위조문건 3개를 입수하는 과정에 모두 관여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과장의 부탁을 받고 유우성 씨의 출입경기록과 관련된 싼허(三合) 변방검사참(출입국관리소)의 정황설명에 대한 답변서를 위조했던 김 씨는 최근 검찰조사에서 “나는 싼허 출입국관리소 답변서 위조에만 관련됐지만 김 사장은 허룽(和龍)시 발급으로 돼 있는 유 씨의 출입경기록과 발급확인서 위조 과정에도 관여한 것으로 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만간 김 과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예정이다.

◆현직 국정원 직원 구속되나= 검찰은 이 영사를 소환해 지난 13일 오후 2시부터 14일 오전 4시까지 14시간 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이 영사가 중국 측으로부터 확인도 받지 않고 영사인증서 등을 허위로 작성하게 된 과정에 개입한 국정원 본부 상급자의 신원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이 영사는 앞선 검찰 조사 과정에서 “국정원 본부의 요청으로 현장에 가지 않고 확인서를 써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사내용을 검토한 뒤 이 영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법원에서 영장이 발부되면 전례가 드문 현직 국정원 직원의 구속 수사가 진행되게 된다. 지난해 국정원 댓글 사건과 2005년 안기부 특수도청조직 ‘미림팀’의 불법도청 사건 때도 현직 국정원 직원이 구속 수사를 받지는 않았다.

◆국정원 ‘윗선’ 수사= 이번 사건의 핵심 관련자들의 진술로 문서조작 경위가 어느 정도 드러남에 따라 검찰 수사의 초점은 국정원 내부 ‘윗선’ 캐기에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휘 체계가 확실한 국정원 조직의 특성과 공작비가 정기적으로 집행된 점 등으로 볼 때 대공수사국 수사팀장을 포함한 윗선의 조직적 개입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번 증거조작에 연루된 대공수사국의 보고라인은 수사팀장에서 대공수사단장, 대공수사국장, 국정원 2차장, 국정원장으로 이어진다. 검찰은 특히 이 영사가 대공수사국 수사팀장의 지시를 받고 영사확인서를 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또 국정원 고위층에서 직접 지시를 내리지 않았더라도 정보를 공유하거나 보고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어 사법처리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대종 기자 bigpap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