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의문’ 탈북 화교 유우성(중국명 유가강) 씨가 중국에 있던 부친에게 자신의 중국·북한 출입국기록과 관련한 서류를 발급받아 달라며 보낸 위임장(왼쪽)과 싼허(三合) 변방검사참(출입국관리소)이 발행한 상황설명서. 위임장에는 ‘2006년 6월 23∼27일 사용한 통행증의 종류와 사용횟수 확인’이라고 명시돼 있지만 상황설명서에는 날짜가 다른 2006년 5월 23일∼6월 10일의 출입국기록과 ‘5월 27일과 6월 10일 두 번의 입국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인한 틀린 기록’이라는 설명이 기재돼 있다.

국가정보원 협력자 김모(61) 씨가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핵심 증거인 싼허(三合) 변방검사참(출입국관리소)의 ‘상황설명서 회신’ 문서를 위조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유우성(34) 씨 측이 발급받은 ‘상황설명서’도 위·변조됐을 가능성이 드러나면서 ‘증거조작’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검찰은 의혹이 제기된 이상 유 씨 측의 문서에 대해서도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유 씨 측은 조사를 거부하고 있다. 특히 유 씨 측의 문서에 대해 ‘진실’이라고 밝힌 중국 정부도 검찰의 자료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어 검찰의 대응이 주목된다.

◆위임장과 발급 문서의 불일치= 유 씨 측이 싼허 변방검사참에서 발급받은 ‘상황설명서’는 당초 유 씨가 부친에게 위임장을 통해 발급을 위임한 문서 목록에는 들어 있지 않았다. 해당 위임장에 적시된 위임 내용은 ▲유 씨의 출입경(국)기록 수령 ▲2006년 6월 23∼27일 사용한 통행증의 종류와 사용 횟수 ▲중국농업은행 체크카드 발급과정 확인이다.

유 씨 측 변호인에 따르면, 출입경기록 발급은 싼허 변방검사참의 업무 영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이에 유 씨 가족들은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에서 발급받은 출입경기록을 보여주며 2006년 5월 27일과 6월 10일의 입경 기록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고, 이렇게 해서 발급받은 문서가 ‘상황설명서’다.

상황설명서에는 “2006년 5월 27일과 6월 10일의 입국기록은 확실히 ‘매사(MEI SHA)시스템’ 업그레이드 시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인한 틀린 기록” “중국 통행증(을종)은 30일 내에 한해 일회 출입국 유효한 증서” 등 유 씨 측이 간첩 혐의를 부인하면서 내세운 핵심 근거들이 들어 있다.

◆위임 범위 벗어난 문서 발급= 검찰과 국정원은 유 씨가 위임장을 통해 위임한 범위를 넘어 싼허 변방검사참 담당자가 상황설명서를 발급해준 이유와 과정도 석연치 않다고 의심한다. 특히 위임장을 통해 요구한 통행증 사용 기간은 ‘2006년 6월 23∼27일’이었지만 싼허 변방검사참은 이전 기록에 대해 상세하게 기술했다. 유 씨 측은 이에 대해 5월을 6월로 오기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유 씨 측 변호인은 “유가려 씨가 담당자를 수차례 찾아가 ‘출입국기록에 사실과 다른 기록이 있다’며 이에 대한 설명을 요구해서 상황설명서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통행증 사용 기간에 대해서는 “담당자에게 위임장에 있는 날짜와 실제 필요한 날짜가 다르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했다”며 “담당자도 이를 이해하고 (위임장에 적시된 날짜의 이전 기록을) 발급해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체·내용 다른 문서 재발급= 유 씨 측이 싼허 변방검사참에서 ‘상황설명서’를 재발급 받은 과정에 의한 의혹도 여전하다. 두 문서는 서체·양식·띄어쓰기 등이 다르고, 유 씨 가족들의 요구로 내용도 추가됐다. 동일한 기관에서 동일한 담당자가 재발급했다면 두 문서가 이처럼 다를 수 없다는 것이 국정원의 주장이다. 싼허 변방검사참이 동일 문서를 재발급하면서 기존 문서를 수령하지 않았다는 점도 발급 담당자가 다르다는 의심이 가능한 대목이다.

주한 중국대사관 영사부는 지난 2월 13일 이 문서에 대해 “중국의 관련 기관을 통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유우성 변호인이 (법원에) 제출한 상황설명서의 내용은 모두 사실이며 합법적인 정식 서류”라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그러나 아무런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이 같은 판단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박영출 기자 ev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