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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학급·영재교육원 등 3000여 개의 영재교육기관이 난립하면서 과도한 선행학습과 사교육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영재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2일 한국교육개발원 영재교육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기준으로 전국 3011개 영재교육기관에서 12만1421명의 초·중·고교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이는 2003년 400개 기관, 학생 1만9974명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영재교육기관은 과학고등학교와 고등학교 과정의 영재학교, 교육청·대학에서 운영하는 영재교육원, 초·중·고교에서 운영하는 영재학급으로 나뉜다. 영재학급의 경우 한 학급에 20명씩 총 3학급까지 운영할 수 있다.

문제는 영재교육이 진정한 영재를 발굴하고 그 능력을 발전시키는 과정이 아니라, 명문대 진학의 통로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2300여 명의 신입생을 모집하는 영재학교·과학고 입학을 위해 매년 수만 명의 영재학급, 영재교육원 학생들이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영재교육은 다양한 분야가 아니라 수학·과학 성적이 뛰어난 학생들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실제로 교육과정 중 수학·과학 과정이 83%나 차지하고, 미술은 0.5%, 음악은 1.5%, 인문사회 과정은 2.8%에 불과한 실정이다.

학교 역시 학교 선호도를 높여주는 영재학급 유치에만 급급할 뿐 유치 이후 운영과정은 부실하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감은 “학교 홍보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영재학급만 유치해놓고 영재 선발 과정과 교육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는 학교들이 많다”고 말했다. 경기지역의 한 중학교 교사는 “한 학교에 영재가 수십 명씩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것 아니냐”면서 “교사 한 명이 수십 명의 숨겨진 영재성을 발견하는 게 쉽지 않아 주로 성적이 좋은 학생들을 영재학급에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영재교육기관이 3000여 개나 되기 때문에 전문성 있는 교사를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구나 영재학급·교육원에 들어간 학생들은 부모의 기대 속에 선행학습과 사교육에 몰입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소수만 입학할 수 있는 영재학교에 떨어진 학생들이 일반학교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박범이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회장은 “수학·과학 성적이 좋은 학생들을 무조건 영재로 여기는 것부터 문제”라면서 “초등학교 영재학급에 들어가기 위해 유치원 때부터 사교육업체에서 영재교육을 받는 등 비정상적인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영재교육에 대한 총체적인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