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순간, 태평양의 태평은 사라진다.”

중국에서 연중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가 진행 중인 가운데 중국 지도부와 언론 매체에서 연일 일본을 향한 경고의 목소리가 나와 주목된다.

전인대 개막식날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총리가 일본을 비판한데 이어 중국 인민해방군 기관지인 제팡쥔바오(解放軍報)는 7일 중국 궈팡바오(國防報) 군사특간 논평을 인터넷 톱기사로 재인용해 “세계는 일본의 핵무기 보유에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일본이 핵무기를 보유했다면 이미 판도라의 마법상자는 열렸을 수 있다’는 제목의 논평은 “역사적으로 섬나라인 일본은 부족한 자원을 이웃 국가들을 침략해 보충하려 했다”며 일본의 군국주의적 본성을 질타했다.

논평은 “항상 다른 나라의 핵무기 보유를 비난해온 일본이 스스로는 돌려줘야 할 핵재료를 돌려주지 않고 있다”며 “돌려주겠다고는 하지만 실제 그렇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꼬집었다. 논평은 이어 “2차 대전 패전 뒤 미군 주둔과 현재의 평화헌법 제약을 받아들였던 일본이 이제 그 제약에서 벗어나는 것을 시도하고 있다”며 “일본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일본 우익은 미국에 과거의 복수를 하려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논평은 특히 북한 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이 핵을 보유한다면 이는 북한에게 핵 보유의 또 다른 구실을 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논평은 끝으로 120년 전 중·일 전쟁에서 일본의 군함들이 미국기를 달고 신분을 속였으며 미국과 담판을 벌이는 사이 진주만을 기습했다는 사실을 적시하며 “군국주의 일본의 공격법은 기습이며 핵무기로 기습공격이 이뤄지는 경우 세계의 멸망이라는 재난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리 총리는 5일 전인대 정부 업무 보고에서 일본을 겨냥해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리려 하는 것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푸잉(傅瑩) 전인대 대변인도 4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지역 안보를 유지할 실력을 갖출 것”이라고 밝혔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오는 8일 중국 외교정책 방향관련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베이징 = 박선호 특파원 sh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