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 소재 A 사립대에 입학한 이모(여·19) 씨는 수강신청을 하면서 개설된 강의에 대한 정보부족으로 고민에 빠졌다. 그나마 전공과목은 학과 선배들에게 물어볼 수 있었지만 교양과목은 아무런 정보가 없어 선택에 어려움을 겪었다. 강의평가제가 시행되고 있다는 말을 듣고 학교 홈페이지를 뒤지고 강의 목록을 샅샅이 훑었지만 어디에서도 평가 결과를 찾을 수 없었다. 주변 선후배들에게 물어도 ‘강의평가를 한다는데 실제로 본 적은 없다’는 김빠지는 반응뿐이었다. 이 씨는 “학생들의 수업선택권을 위해 강의평가가 도입됐다는데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며 “이런 식이면 강의평가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방 소재 B 국립대에 다니는 김모(23) 씨도 강의평가제에 불만을 갖기는 마찬가지다. 김 씨의 학교 역시 강의평가 점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는 “학기말이면 학생들에게 강의평가를 하도록 하는데 정작 학생들이 결과를 확인하지 못한다는 게 이상하다”며 “말로는 학생들의 수업선택권을 보장한다고 하면서 현실은 거꾸로”라고 말했다.

28일 교육부 및 주요 대학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2010년 교육부가 각 대학의 강의평가 내용을 공개하도록 했지만 권고 사항에 그쳐 실제로는 대다수 대학에서 강의평가 공개가 아예 이뤄지지 않거나 내용을 공개하더라도 교수명을 가리고 객관식 점수를 뺀 주관식 평가 내용만 공개하는 등 생색내기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례로 매년 강의평가를 공개한다는 서울의 한 사립대의 경우 학교 홈페이지 등에서 목록을 찾을 수 없고 ‘강의평가’로 검색해도 검색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다른 대학은 공개된 강의평가에 강의명만 나오고 교수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아 같은 이름의 여러 강좌가 개설된 과목의 경우 교수별 편차를 확인할 수 없었고 또 다른 대학은 학생들이 1∼5점까지 매긴 평가점수는 공개하지 않고 주관식으로 작성한 문항만 공개해 빈축을 샀다.

이에 따라 강의평가를 공개해 학생들의 수업선택권을 높이고 교수들 간 경쟁을 촉진시켜 수업 질을 향상시킨다는 애초 목적은 물건너갔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처음에 강의평가를 공개한다고 했을 때는 다소 긴장했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교수 이름이 공개되는 경우도 많지 않고 인사고과에도 별로 반영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 역시 있으나 마나 한 강의평가 결과를 이용하기 어려워 여전히 선후배에게 묻거나 학생 사이트에 자체적으로 올린 평가글들을 이용한다는 반응이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