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고질병인 회기 막판 ‘나눠먹기 입법’의 여파로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대표적인 검찰개혁 과제였던 ‘특별감찰관제’가 ‘차 떼고 포 뗀’ 빈껍데기 상태로 도입됐다.

28일 본회의를 통과한 특별감찰관법은 민주당의 당초안에 비해 큰 폭으로 후퇴된 데다 특별감찰 대상에서 국회의원과 장·차관이 제외되며 당초 도입 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상설특검 및 특별감찰관제 도입을 놓고 여야가 팽팽한 힘겨루기를 벌이며 다른 법안들까지 무더기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처리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막판 나눠먹기식 협상으로 반쪽짜리 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국회는 28일 본회의에서 특별감찰관의 감찰 대상을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의 친족, 청와대 수석비서관급 이상으로 하는 특별감찰관법을 통과시켰다. 이는 민주당이 애초 주장했던 국회의원과 장·차관이 감찰 대상에서 제외된 안이다. 국회의원이 제외된 것에 대해 김재원 새누리당 전략기획본부장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특별감찰관제는 결국 대통령의 지휘감독 하에 있는 사람들, 비리가 있더라도 검찰이 수사하기 쉽지 않은 분들에 대해 별도의 감찰 기관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당 김회선 의원도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특검의 수사 대상에는 제한이 있어서는 안되지만 행정부 대통령 밑에 있는 감찰관이 입법부와 사법부를 감찰하는 것은 그 자체로 위헌”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별감찰관이 국회의원에 대한 감찰관을 갖는 것은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마찬가지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검찰이 이미 국회의원의 비리에 대한 수사가 가능한 상황에서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는 논리는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변명이라는 지적도 있다. 보수 성향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 관계자는 “권력형 비리를 막는 데 입법·사법·행정 구분이 왜 필요하느냐”며 “국회의원은 어느 고위 공직자보다 권력형 비리에 노출돼 있는데 또 특권을 챙기려는 욕심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장·차관이 감찰 대상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 김회선 의원은 “장·차관 등을 추가로 넣으면 위헌 소지도 있고 감사원, 총리실 내 공직기강 담당 부서 등 기존 감찰기구들이 반발할 수 있어 기능 조정이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애초 대선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약속했던 취지대로 깨끗한 공직 사회를 만들기 위한 결연한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국회 관계자는 “회기 막판 법안 처리 과정에서 벌어진 나눠먹기식 입법의 전형적인 폐해”라고 지적했다.

민병기·조성진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