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이 시퀘스터(연방정부 자동예산삭감) 진행으로 ‘두 개의 전장에서 동시에 승리한다’는 글로벌 군사전략은 앞으로 실현이 어렵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미 국방부는 수년 내 육군 병력을 44만∼45만 명 수준으로 줄이고 각종 군사장비도 감축해 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이 같은 감축에도 불구하고 주한미군의 경우 현행 병력을 그대로 유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헤이글 국방장관은 펜타곤(국방부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5 회계연도(2014년 10월∼2015년 9월) 국방예산 편성개요를 발표했다. 그는 “국방예산의 전반적 감축에 따라 병력 조정이 불가피하다”라면서 “앞으로 육군을 기동력과 현대화, 정예화에 초점을 맞춰 병력을 44만∼45만 명으로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A-10 탱크 공격기도 전면 퇴역시키고 U-2 정찰기 역시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로 대체할 방침이다. 헤이글 국방장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5∼2019년 국방검토 보고서(QDR)를 조만간 의회에 공식제출할 예정이다.

이날 발표된 병력 감축 인원은 당초 계획보다 4만∼5만 명 증대된 규모다. 미국은 지난 2012년 신국방전략지침에서 56만 명 수준인 육군 병력을 2015년까지 49만 명 규모로 감축하기로 했었다. 헤이글 국방장관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끝나는 상황에서 규모가 크고 장기적인 작전에 필요한 병력을 더이상 유지하기가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미 국방부는 시퀘스터가 지속될 경우 2019년에 육군 병력을 42만 명 수준까지 감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헤이글 국방장관은 “의회에서 시퀘스터가 철회되지 않더라도, (당분간은) 미국의 압도적인 파워가 전세계적으로 유지되고 어떤 적이라도 패퇴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만일 시퀘스터가 2016년에도 지속되고, 우리의 개정 노력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예산이 더욱 불확실해진다면 아마 미국의 군대는 여러 대륙에서 동시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 반응하지 못하는 도박을 해야 할 것”이라면서 ‘두 개의 전장에서 동시에 승리한다’는 전략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취지를 밝혔다.

한편 이날 미국의 군사전문매체인 디펜스뉴스는 2016∼2019년 기간 중에 국방부가 시퀘스터 제한 예산보다 전체 1150억 달러(약 123조1420억 원)를 초과한 국방예산계획을 편성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 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