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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규/논설위원

25일로 취임 1주년을 맞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박 용어는 단연 ‘대박’이다. 지난달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 대박’을 언급한 이래 논객들의 칼럼 단골 소재다. 논점은 두 줄기. 대박이란 말을 외국어(영어)로 어떻게 옮길 것인가, 그 어원은 무엇인가이다.

청와대가 지난 20일 대박의 영문 표기 문제와 관련, 입장을 밝혔다. 노다지 또는 아주 수지맞는 일을 의미하는 ‘보난자(bonanza)’를 우선적으로 쓰되 거액의 상금을 뜻하는 ‘잭팟(jackpot)’도 함께 사용하겠다는 것. 보난자는 스페인어로 번영이란 뜻도 있어 부정적인 의미가 적다. 반면, 도박이나 사행성 용어로 많이 쓰이는 잭팟은 일확천금처럼 부정적 의미가 강하다. 이로써 영역(英譯) 논란은 일단락됐다.

나머지 쟁점은 어원. 그동안 ‘대박(大舶)’ 유래설이 대세였다. 대형 선박이 입항하면 어획물이나 선적 물량이 어마어마하니 대박 아니냐는 주장이다. 문제는 우리말의 활용형은 이와 거리가 멀다는 점. 대박 나다, 대박 터지다, 대박 터뜨리다로 사용되지 않는 까닭이다. 큰 선박은 주로 ‘대박이다, 대박이 왔군’처럼 활용된다. ‘터지’거나 ‘터뜨리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바가지의 준말 ‘박’이 어원이란 주장도 있다. 박은 인도·아프리카가 원산지이지만, 고대 중국에도 ‘대(大)박’ 기록이 있다. ‘장자’ 소요유편. 위(魏)나라 혜왕 때의 재상이자 장자의 친구인 혜시(惠施)가 장자에게 한 말 속에 나온다. “왕이 큰 박씨 하나를 주기에 심었더니 다섯 섬들이 박이 열렸는데, 너무 크기만 하고 쓸모가 없어 깨뜨려 버렸다.” 조선시대의 판소리 ‘흥부가’에 나오는 박은 이보다 더 커 ‘집채만’하다. ‘큰 박=대박’이긴 하지만 이 설명 역시 명쾌하지는 않다.

이보다 더 설득력 있는 주장은 도박 용어설이다. 개화기에 중국에서 들어온 ‘십인계(十人稧)’라는 도박이 그 무대다. 이 판에서는 판돈을 ‘박’이라고 하는데, 크게 한 판을 따게 되면 ‘한박 잡았다’고 했다. 이때의 ‘한-’은 하나, 둘…같은 수사(數詞)가 아니라, 위대하다·크다는 뜻의 접두어다.(김상규, ‘우리 말에 빠지다’·젠북) 한글·한길의 ‘한-’과 같다. 그러니 ‘한박=대박’이라는 것. 이처럼 민간 어원설은 그럴 듯하나 견강부회가 많아 신뢰도가 높지 않다. ‘대박’ 어원도 좀더 학술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남북 통일이 ‘쪽박’되지 않고 우리에게 진짜 ‘대박’이 되도록 하려면 학술적·정책적 논의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