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2013년 4분기 경제성장률이 시장의 예상치를 밑돌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의 경제정책 ‘아베노믹스’의 진로에 빨간불이 켜졌다.

17일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일본의 2013년 4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연율 기준 1.0%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연속 상승세를 기록한 결과지만, 시장 전망치 2.8%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저조한 수준이다. 아베 정권 출범 이후인 2013년 1년간의 실질 GDP 성장률은 1.6%였다.

가장 큰 원인은 엔화 약세로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지난해 4분기 수입은 3.5% 증가해 0.4%에 그친 수출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수출이 실질성장률을 0.5%포인트 떨어뜨렸다”고 진단했다.

경제성장률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는 소비·투자 확대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4분기 민간 소비는 전분기 대비 0.5%, 기업 설비투자는 1.3% 증가했지만, 전문가들은 실제로 소비자와 기업의 자신감이 회복된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올해 4월 소비세 인상에 앞서 미리 물건을 구입하려는 수요가 몰렸을 뿐 소비심리가 개선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다이이치 생명 경제연구소의 신케 요시키(新家義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소비세 인상에 앞서 소비자들이 몰려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소비세가 올라 가격이 인상되면 (소비 여력을 좌우하는)실질 임금은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하나 기자 han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