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대변인 교체 등으로 소통 이미지 심기에 주력해 온 청와대가 이른바 ‘천해성 미스터리’로 다시 한번 불통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명실상부한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핵심 비서관(안보전략비서관)으로 내정됐던 통일부 최고 엘리트 관료가 1주일여 만에 경질된 상황 자체도 이해가 안되지만, 그에 대한 청와대의 해명이 더 황당하게 다가온다.

청와대는 12일 민경욱 대변인을 통해 천 전 내정자에 대한 내정철회 사실을 발표하면서 “천 전 내정자는 통일부 핵심 요원으로, 통일부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하기 때문에 돌려보냈다”고 설명했다. 민 대변인은 그를 돌려보내 달라는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다고도 전했다. 청와대의 설명에 따르면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청와대 비서관에 내정된 인사를 장관이 되돌렸다는 얘기가 된다. 또 통일부 정책 전반을 총괄하는 통일정책실장을 맡고 있던 최고 엘리트를 청와대가 섣부르게 불러들였다가 1주일여 만에 업무영역이 남북회담에만 국한되는 남북회담본부 상근대표로 돌려보냈다는 논리이기도 하다.

대북 온건파로 분류됐던 천 전 내정자를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군 출신 강경파들이 몰아냈다는 설, 천 전 내정자가 강도 높은 인사검증을 통과하지 못했다는 설 등의 진위 여부는 뒷전으로 미뤄두더라도 ‘천해성 미스터리’는 또 하나의 인사 참사로 남을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인사권이 웃음거리가 됐고 외교안보 라인의 신뢰가 떨어졌다는 지적, 박근혜정부의 아킬레스건이랄 수 있는 불통 이미지가 한층 더 강화됐다는 평가, 나아가 국민을 바보로 아느냐는 질책도 나온다. 박근혜정부는 모든 정보를 국민에게 공개하는 ‘정부 3.0’을 역점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의 투명도는 얼마나 될까.

오남석 정치부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