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검은깨는 예로부터 ‘젊음을 되돌려주는’ 불로장생의 묘약으로 여겨져 귀한 식품 대접을 받았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몸에 좋은 식품으로 검은깨를 주목해 왔다. 신라의 화랑들은 수련하며 7가지 곡식을 먹었는데 그중 하나가 검은깨였다. 중국에서는 신화시대부터 검은깨를 불로장생 식품으로 여겨 왔다. 특히 힘줄과 뼈를 튼튼하게 하고 오장의 기능을 원활하게 한다고 여겨져 왔다. 심지어 검은깨를 상복하면 흰머리가 다시 검어진다고 믿기까지 했다. ‘젊음의 묘약’으로 통했던 셈이다.

검은깨는 현대에 들어와서도 그 진가를 여전히 잃지 않고 있다. 그래서 수술한 환자의 원기회복을 위한 영양식으로 ‘흑임자죽’이라고 불리는 검은깨죽이 적극 권해지고 있다.

검은깨의 어떤 성분이 그 같은 효능을 발휘토록 해 주는 것일까. 검은깨에는 우선 콜레스테롤을 제거해 혈압을 정상으로 돌려준다는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 있다. 참깨의 전체 성분 중 무려 5분의 1 이상이 식이섬유로 이뤄져 있다. 특히 식이섬유 중에서도 세사민과 세사몰린으로 알려진 두 개의 독특한 물질이 관심을 끌어 왔다. 이 물질은 아마씨에도 풍부한 리그난 성분의 일종으로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대표적인 성분으로 꼽힌다. 검은깨가 변비 치료에 좋은 식품으로 알려진 것도 이처럼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다. 검은깨는 전체 지방 중 80% 이상이 불포화지방산이다. 또 불포화지방산에는 뇌졸중과 심장병 예방에 좋다고 널리 알려진 오메가3가 다량 포함돼 있다.

참깨는 오랫동안 치매 예방에도 좋은 식품으로 추천돼 왔다. 그러면 이와 관련해서는 어떤 성분들이 거론되고 있는 것일까.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검은깨도 참깨의 일종이다. 그러면 하얀참깨와 검은깨는 무엇이 다를까. 바로 색상이다. 검은깨는 이름처럼 검다. 그리고 이 검은색을 내는 것이 바로 안토시아닌 성분이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과도한 음주로 유발되는 ‘알코올성(에탄올성) 치매’에 꽃과 과일의 특정 색소 성분이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그 성분이 바로 안토시아닌이다. 안토시아닌은 꽃이나 과일, 잎 등의 색을 나타내는 색소의 일종으로 항산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김명옥(생물학) 국립경상대 자연과학대학 교수가 주도하는 치매제어기술개발융합연구단은 에탄올로 인해 뇌의 해마 부위 세포가 파괴되는 것을 안토시아닌이 억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17.5일이 된 흰쥐 태아의 뇌에 에탄올을 주입했다. 에탄올은 뇌의 다른 부위로 신호를 전달하는 기억중추 해마의 신경세포 사멸을 유도했는데 안토시아닌을 투여하자 세포 사멸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 같은 연구 결과로 인해 직접 분리한 천연 추출물 안토시아닌을 이용한 부작용이 없는 뇌기능 조절 및 신경세포 보호물질을 개발해 실용화하는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안토시아닌뿐만이 아니다. 검은깨에 풍부한 아연 역시 치매 예방에 좋은 성분 중 하나다. 학습능력을 증진하고 기억력을 향상시켜 주는 아연은 몸에 극소량만 필요한 성분이지만 부족하면 두뇌의 방어시스템에 문제를 일으킨다.

일각에서는 검은깨가 머리를 검게 하고 정력을 보강해 준다고 믿어졌는데 이 또한 아연 성분과 무관하지 않다. 아연은 생식기관 발달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성분으로, 특히 전립선이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일부 영양전문가들은 아연을 ‘섹스 미네랄’로 부르기도 한다. 최근에는 아연이 골다공증 예방에 좋다는 연구 결과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아연이 부족할 경우 엉덩이와 척추의 골밀도가 감소했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검은깨에서 ‘M-100’이라는 새로운 항산화 물질이 발견됐는데 이 물질의 발암억제작용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검은깨를 구입할 때는 낟알의 크기가 고르고 검고 윤기가 나는 것을 선택한다. 검은깨는 지질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보관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실온에서는 직사광선이 들지 않는 곳에 두어야 하며 장기간 보관할 때는 밀봉해 냉동 보관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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