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월 28일 경기 화성시 봉담읍 인텍전기전자 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이 해외로 수출되는 변전 설비의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화성 = 임정현 기자 theos@munhwa.com

“중소기업은 자신들이 강한 분야를 특화해 살아남아야 합니다. 우리 회사는 창립 직후 기술연구소를 세워 매출의 10%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해 왔고 결국 전기 분야에서 결실을 봤습니다. 앞으로 전기 분야만큼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난 1월 28일 경기 화성시 봉담읍의 중소기업 인텍전기전자 생산공장. 설 연휴를 앞두고 있음에도 전기차단기와 변전설비 생산라인은 쉴 새 없이 돌아갔고, 공장 밖에는 제품을 운송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대형트럭들이 가득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45개국으로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이 회사의 경쟁력은 단연 기술력이다.

1996년 설립돼 한국전력공사의 납품업체로 시작한 인텍전기전자는 전기차단기와 개폐기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단기적으로 제품을 만들어 파는 일에만 급급하지 않고, 전기 분야에서 한 우물만 파면서 꾸준히 기술개발에 주력해 지속적으로 신제품을 선보인 점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인텍전기전자는 전력기기, 신전력시스템, 전력전자시스템 등 3개 부문으로 구성된 자체 연구소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연구소 직원은 40명으로 전체 직원 170명의 20%를 넘고 전공자 비중도 전기(30%), 전자(20%), 기계(50%) 등 고르게 분포돼 있다.

중소기업으로서 자체 연구소를 운영하며 이 정도의 연구인력을 유지해 온 것은 기술력을 중시하는 고인석 대표의 소신 때문이었다. 고 대표 자신이 한국전력과 현대중공업, 일진그룹 등을 거치며 45년간 전기 분야 외길을 걸어온 엔지니어 출신인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인텍전기전자는 1997년 마그네틱 엑튜에이터를 이용한 재폐로차단기(리클로저)를 개발해 국내에서 특허를 받았다. 이 제품은 당시엔 새로운 개념의 자동차단기로 가스절연방식이면서 영구자석 조작기를 채용해 부품 수를 20개로 줄였다. 이 제품은 정부로부터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인텍전기전자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양대 사업 축은 DC차단기와 친환경 전력기기다. DC차단기 제조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도 GE와 지멘스 등 4곳에 불과한데 그중 한 곳이 인텍전기전자로, 사측은 앞으로 이 분야가 고속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지속적으로 R&D에 매진하고 있다.

그 결실로 DC 전력보호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개발해 서울메트로, 한국철도공사, 부산교통공사에 국산화 제품을 공급하고,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지하철 19개 변전소에 약 260만 달러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러한 국내 직류 전력기기 기술을 기반으로 국내 최초로 세계시장에 진출할 교두보를 확보했으며 향후 중국, 인도, 브라질 등 대규모 직류 전력기기 시장 진출을 위한 획기적 계기를 마련했다.

친환경 개폐장치 또한 인텍전기전자가 주목하고 있는 또 다른 블루오션이다. 지난해 6월 출시한 친환경 고체절연 개폐장치 ‘엔시스(ENSIS)’는 온실 효과가 큰 육불화황을 고체물질인 에폭시로 바꿨다. 이산화탄소에 비해 온실가스 효과가 2만3900배나 높은 육불화황과 달리 에폭시는 태우지 않고 깨서 도로포장 등 다른 용도로 재활용이 가능하다. 제품 개발을 위해 3000시간의 자체 복합열화시험도 통과했고 고체 물질을 사용하다보니 가스 점검이나 보수가 필요 없고 가스를 사용하지 않아 압력 팽창에 따른 폭발 위험도 없다.

개폐기나 차단기 등 내부 구성품을 일일이 절연제품으로 사용하던 것과 달리 이를 통째로 절연해 감전 위험을 대폭 줄였다. 수배전반은 금속 외함으로 제작돼 고압 전기가 통하는 부분의 감전사고가 잦았는데 부품 수를 크게 줄여 기존 수배전반 대비 22% 가까이 외형을 축소했다. 이에 따라 변전소, 전기실 등의 용량이 늘어나도 설비 증설이 쉬워져 앞으로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전기 철도용 차단기도 친환경 소재인 에폭시로 교체했다. 현재 중국 후베이(湖北)성 산하의 전기 철도용 변전소에 이 차단기를 설치해 시험운영 중이다.

인텍전기전자는 2011년 522억 원, 2012년엔 623억 원에 이어 지난해엔 73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도 지난해 수준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수출은 대폭 늘어나 올해 3000만 달러를 계획하고 있다.

고인석 대표는 “현재 선박과 잠수함용 DC차단기는 전부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올해 그 분야를 국산화해 국가 경제발전과 회사 성장의 발판으로 삼겠다”며 “앞으로 세계 각국의 전력산업 환경을 면밀히 반영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해 전기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화성 =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