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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수(얼굴), 아니 이제는 빅토르 안이라고 부르는 이름. 그가 이번 소치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 국기를 달고 금메달 다관왕을 바라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각별한 애정을 받으며, 사실상 러시아의 대회 종합우승에 열쇠를 쥐고 있는 선수가 됐다.

지난 2011년 8월 안현수가 “올림픽 꿈을 이루는 데 어느 나라 국기가 붙어 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는 말을 남기고 러시아로 귀화하자 국내 팬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이전에도 2002 솔트레이크시티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던 최민경과 김효정이 각각 국적을 바꿔 프랑스와 미국 대표가 됐지만, 안현수 같은 충격은 아니었다. 안현수는 이들과 달리 당대는 물론, 역대 최고의 선수였기 때문이다. 2006 토리노동계올림픽 3관왕이 아니더라도 안현수는 한국 대표로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등 메이저 대회에서만 39개의 메달을 쓸어담았다.

빙상 강국 러시아에 그동안 없었던 쇼트트랙 금메달을 안현수가 두세 개 보탠다면, 푸틴이 정치적 승부수를 띄운 이번 소치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의 종합우승은 전망이 밝다.

그런 안현수를 보는 우리의 시각은 여전히 양가적이다. ‘조국을 등진 인물’이라며 백안시하는 시선과, 국내 빙상계의 고질적 파벌싸움의 ‘희생양’이라는 시선이 그것이다. 그의 부활을 한국 쇼트트랙의 위협으로 받아들여 ‘복수혈전’이란 말을 갖다 붙이는가 하면, ‘왕의 귀환’으로 반기기도 한다. 안현수를 ‘적’으로 돌리든가, 예전의 국내 빙상계를 ‘적’으로 돌리는가, 둘 중의 하나 선택만 있는 모양새다.

개인의 영달을 위해 조국을 등졌든, 파벌싸움의 희생양이든, 어느 쪽이 100% 진실일 순 없고, 현실은 현실이다. 소치에서 안현수의 대항마로 한국은 21세의 ‘신예’ 신다운을 준비하고 있다. 선후배 사이인 둘의 깨끗한 대결을 바라보며 우리는 누가됐든 뜨거운 박수를 보낼 일이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