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 축소·은폐 지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것과 관련해 민주당이 큰 충격에 빠져들면서 특별검사 도입을 다시 강하게 요구하는 등 강경론으로 위기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4개월도 채 남지 않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강경론으로 가기에는 위험 부담이 큰 데다 일부에서는 지도부 책임론까지 제기하는 등 자중지란의 모습도 보이고 있어 민주당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1심 재판 결과를 보면서 진실과 국민이 모욕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특검을 통한 재수사만이 진실을 밝힐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집권 세력이 총력을 다해서 조직적으로 수사 방해에 나설 때 재판 결과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줬다”며 “정상적인 수사와 제대로 된 공소 유지를 위해서는 특검 외의 대안이 없다”고 강조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검찰의 부실수사를 초래한 외압 행사의 장본인인 황교안 법무장관의 즉각적 해임과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에 이르기까지 내각 총사퇴와 청와대 비서실의 전면적 인적 쇄신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황 장관과 서남수 교육부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강경파들은 지도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정청래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불법대선 부정선거에 대한 특검싸움을 놓고 축의금, 부의금 타령이나 한 자업자득”이라고 비판했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도 “특검 실현을 위한 다각도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강경론으로 흐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국회를 보이콧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특별검사를 말할 때가 아니라 특별한 반성을 할 때”라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조성진·윤정아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