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새해 외교·안보 부처의 합동 업무보고 회의장은 국방부 청사였다. 장소뿐만 아니라 외교·안보 라인에 속한 부처들의 업무보고 전체 진행을 국방부가 맡아서 했다.

국방부는 물론 외교부와 통일부, 국가보훈처가 모두 국방부 청사에 모여 업무보고를 한 것은 1948년 정부 수립 후 66년 만에 사상 처음 벌어진 일이다. ‘안보가 모든 것의 기본’이라는 박 대통령의 인식이 깊숙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외교·안보 부처 합동 업무보고는 지난 2010년 12월 이후 두 번째로, 당시에는 한국국방연구원(KIDA)에서 열렸다. 천안함 폭침에 이어 연평도 포격 도발 등으로 인해 어느 해보다 안보 위기가 가중된 시기였다. 2010년에 이어 올해에도 외교·안보 부처가 함께 업무보고를 하는 것은 북한의 화해 공세에도 불구하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인식한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게다가 올해는 외교·안보 부처 합동 업무보고장 자체를 아예 국방부로 해버렸다.

국방부 관계자는 “외교·안보 부처의 업무보고는 안보 현안에 대해 부처 간 공감대를 확산하고 상호인식 및 협력분야를 도출해 대북정책을 추진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최근 북한 정세 등 동북아 상황의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대응전략을 면밀히 재점검하고 외교·안보정책의 방향을 세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핵 및 경제 병진노선에 따른 경제난과 북한 지도부의 도발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행동 반복으로 김정은 유일체제의 내부 불안정성이 심화하고 있다”며 “국방부가 국가 안보의 선봉에 서 있음을 고려해 국방부에서 실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장소뿐만 아니라 업무보고도 국방부가 전담해 진행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회의에서 업무보고는 국방부 주관으로 진행되고 외교부와 통일부는 각각 질의응답과 토론을 맡는다”며 “국방부에선 국지도발 및 전면전 동시 대비로 적의 도발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체계 마련을 주된 내용으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들 사이에선 국방부 청사에서 이뤄진 외교·안보 부처 합동 업무보고에 관심을 집중하는 분위기였다. 박 대통령이 ‘통일 대박론’을 강조하면서 북한의 급변 사태를 의식한 언행들이 분명해지는 가운데, 강한 안보에 기초한 대북정책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비서실 국가안보실장 자리를 김장수 전 국방부 장관이 지키고 국가정보원장에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이 기용되는 등 군 출신 인사들의 진출이 활발한 것도 이 같은 흐름과 같이하고 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