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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역대 기록을 모두 갈아치우고 있는 영화 ‘겨울왕국’의 흥행이 멈추지 않고 있는 가운데, 영화 OST 수록곡 ‘렛잇고(Let it go)’를 다시 불러 가창력을 과시하려는 여가수들의 숨막히는 전쟁도 가속화하고 있다. 이 ‘노래 대결’에 참여하는 국내 여가수만도 현재 10여 명에 이른다.

뮤지컬 ‘위키드’에서 알파바 역으로 등장한 이디나 멘젤이 부른 ‘렛잇고’는 흔들리지 않는 고음과 살아 숨쉬는 가사 해석력이 키포인트. 현재 멜론, 엠넷, 벅스뮤직 등 여러 음원 차트에서 최상위권을 유지하며 식을 줄 모르는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최근(지난 1월 16일 기준)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에선 2주 연속 1위를 기록하며 뮤지컬 애니메이션으로는 ‘라이온킹’과 ‘포카혼타스’에 이어 19년 만에 빌보드 차트를 석권했다.

국내에서 ‘노래 좀 한다’는 여가수들은 잇따라 이 노래 커버(cover·원곡의 재해석) 영상을 유튜브에 속속 올리며 ‘가창 테스트’를 받고 있다. 가장 먼저 도전에 나선 이는 씨스타의 효린. 그가 부른 ‘렛잇고’는 영화 상영 후 엔딩 크레딧으로 삽입됐으나, 넘치는 인기에 힘입어 음원까지 출시됐다. 효린의 버전은 흑인 음악 특유의 리듬감과 호소력이 돋보이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후 에일리는 KBS 2TV ‘스케치북’에서 ‘렛잇고’를 파워풀한 가창에 실어 소화했고, 배우 이유비는 새로 MC를 맡은 SBS ‘인기가요’에서 이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립싱크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가창의 진위’ 논란이 일었다.

여성 듀오 다비치의 이해리도 이 노래를 연습하고 있는 장면을 찍어 유튜브에 올렸다. 완곡이 아닌 채 1분 30초가 안 되는 연습곡을 올려서인지, 의견은 분분하다. “역시 감성 하나는 최고네요” 같은 호평도 있지만, “곡을 완전히 해석하지 못해 불안한 구석이 보이네요” 등의 불만족 의견도 있었다.

원곡과 가장 비슷한 창법과 감성을 소화한 것으로 호평받는 버전은 걸그룹 키스앤크라이 멤버 디아의 재해석이다. 유튜브에 공개된 그의 커버 영상은 공개 하루 만에 40만 조회수를 돌파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 디아는 강한 보이스보다 곡 전체의 스토리를 풀어가는 감성적 측면에 더 많은 힘을 실어 원곡의 질감과 비슷하다는 호평이 잇따랐다.

가장 뒤늦게 합류한 엠넷 ‘보이스 코리아’ 우승자 출신 손승연이 부른 커버는 특히 가수들로부터 극찬을 받아 화제였다. 손승연의 버전이 다른 여가수와 다른 점은 녹음 마이크를 쓰지 않고, 오로지 목으로만(반주도 명확하지 않는) 노래를 ‘해결’했다는 것이다. 어떤 고음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가창, 가사를 다 외우지 못한 듯 종이에 씌어진 가사를 보면서도 감을 잃지 않는 해석력에서 호평을 넘어 극찬이 이어졌다. 신승훈은 자신의 트위터에 “역시 손승연”이라고 적었고, 윤건은 “설국열차 화통을 삶아먹은 듯 가슴 뻥 뚫리는. 내가 들은 ‘렛잇고’ 중 가장 훌륭하다”는 글을 올렸다.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키는 ‘렛잇고’ 커버 버전은 영화 ‘드림걸스’에서 비욘세가 부른 ‘리슨’ 커버 버전 때보다 더 활기를 띠고 있는 모양새다. 여가수들의 참여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네티즌들은 “‘렛잇고’ 버전을 바다나 박정현이 꼭 불러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김고금평 기자 dann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