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기간 동안 대규모 인구 이동으로 계절독감(인플루엔자) 환자가 늘어나면서 연휴가 끝나자마자 병·의원에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올해 유행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절반 이상이 2009년 대유행했던 신종인플루엔자(H1N1·신종플루)로 밝혀지면서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나 노인층에게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질병 당국은 사람 간 접촉이 많은 초·중·고등학교의 개학을 앞두고 있어 3월 초까지는 계절독감 환자들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발병 현황 = 3일 병·의원에는 오전 진료를 시작하자마자 독감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송파구의 G내과의원은 이날 오전 환자가 30여 명 이상 몰려 평균 1시간 30분 이상 대기해야 했다. 도심에 위치한 서울 중구의 S내과의원에도 문을 열자마자 출근길에 진료를 보려는 환자들로 인해 20여 명이 진료를 기다렸다. 대학병원에도 연휴 동안 응급실을 찾거나 독감 접종에 대해 문의하는 사람들이 급증했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지난해 설 연휴 때보다 독감 환자가 20% 이상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가 전국 200개 의료기관을 상대로 표본감시 중인 인플루엔자 의심환자는 지난해 12월 셋째주 외래환자 1000명당 11.7명에서 넷째주 15.3명, 올해 1월 첫째주 19.4명, 둘째주 23.1명, 셋째주 27.3명, 넷째주 37.0명으로 늘어났다. 올해 인플루엔자 유행기준이 1000명당 12.1명인 것을 감안하면 1월 넷째주 현재 유행 환자의 2배를 넘은 상태다. 이 중 55%가량이 2009년 유행한 신종플루다. 질병관리본부는 초·중·고교의 개학 등으로 앞으로 4∼6주 동안 1000명당 60∼70명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확산 전망 = 전문가들은 2009년처럼 대규모 감염사태가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종플루를 포함한 인플루엔자 예방 백신을 맞은 국민이 매년 1500만여 명에 달하고 감염된다고 해도 항바이러스제 등으로 제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설 연휴와 개학 등으로 전국적으로 환자 수가 늘어날 수 있지만 예방백신 등으로 과거와 같은 신종플루 대유행이 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개인위생을 지키고 독감 증세가 의심되면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1월 넷째주의 인플루엔자 의심환자는 예년 정점의 53% 수준이고, 지난 2009년 신종플루 유행시기의 26% 수준이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