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 등을 놓고 시간만 축내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지방의회 정원을 오히려 늘리는 방안을 전격 처리, ‘개혁’특위가 아니라 ‘개악’특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학계와 시민단체 전문가들은 ‘참사’ ‘여론 역주행’이라는 격한 표현까지 써가며 정치권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등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여야가 앞다퉈 약속했던 ‘국회의원의 특권과 기득권 내려놓기’는 공염불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이 미치는 ‘친위 조직’ 격인 지방의회 정원을 오히려 늘렸다는 지적이다.

29일 국회에 따르면 정치개혁특위는 당초 활동 종료 시한이었던 28일 전체회의를 열어 활동 시한을 2월 28일까지로 한 달간 연장하면서, 광역·기초의원 선거구 조정안을 의결했다. 기초 13명(비례 1명), 광역 21명을 증원해 지역구 시·도의원 정수를 기존 651명(제주, 세종시 제외)에서 663명으로, 기초의원 정수는 2876명에서 2897명으로 늘린 것이다. 기초공천 폐지와 교육감 직선제 개선 여부 등을 결정하지 못하고 허송세월하던 정개특위가 ‘제 주변 밥그릇 늘리기’에 슬쩍 의기투합한 꼴이다.

이에 대해 학계에서는 여야가 정치쇄신에 역행하는 ‘개악’을 단행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형준(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문화일보와 통화에서 지방의회 정원 증원과 관련, “이것은 예고된 참사로, 의원들이 모여서 서로 자신들에게 좀 더 유리한 쪽으로 정치 흥정을 하고 있다”며 “여야가 국민의 눈높이 보다는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밀실에서 법안을 처리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정희(정치외교학) 한국외대 교수도 “국민적 공감대가 부족한 상황에서 충분한 논의 없이 처리하다 보니, ‘개악’이라는 비판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들도 그동안 비판을 받아온 지방의회 정원을 줄이기는커녕 되려 늘렸다며, 여론을 역주행하는 뻔뻔스러운 행보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이날 “‘토착비리의 근원’, ‘돈먹는 하마’ 등으로 불린 지방의회를 늘린 것은 ‘기득권 내려놓기’는 커녕, 오히려 의원 자신들의 ‘친위 조직’을 강화하겠다는 처사”라며 “이는 민심에 정면으로 반하는 여론 역주행 행태로밖에는 볼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지난 2007년 헌재 결정 등에 따라 시·도의원 선거구 중 인구 편차가 4배 이상 벌어지는 선거구가 생길 경우, ‘인구 초과’ 선거구는 지역을 분리해 광역·기초 의원을 늘리고, ‘인구 미달’ 선거구는 통·폐합을 통해 의원 정수를 줄이게 돼 있다.

현일훈 기자 one@munhwa.com